[스팩 시장 점검④] 수요 실종 속 공급 누적…스팩 시장 '구조 전환' 진입

성공률 반토막·청산 급증...스팩 시장 ‘경고등’ 남아도는 스팩...존립 물량 누적에 공급 부담 확대 이제는 발행보다 완결...역량 중심 시장 재편

2026-04-22     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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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스팩(SPAC) 시장이 기업공개(IPO) 호황에 밀리며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공급은 오히려 유지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합병 성공률 급락과 청산 증가가 맞물리며 시장 기능이 약화되는 모습 속에서, 제도 변화와 역량 경쟁을 중심으로 시장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 합병 성공률 60%대에서 38%로 '뚝'...수급 미스매치 심화

22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5년간 스팩 상장 및 합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스팩 합병 성공률은 약 38.5%로 집계된다. 2021년(65.2%), 2022년(65.4%), 2023년(69.2%), 2024년(68.0%) 등 60% 이상을 유지했던 예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상장폐지 건수는 24건으로 2024년(8건) 대비 약 3배 증가하며 시장 전반의 부진을 반영했다. 합병 성사 비율이 낮아지고 청산이 급증하면서 스팩 시장의 기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서도 스팩 해산이 이어지고 있다. SK증권·유안타증권·한화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이 주관한 스팩들이 잇따라 상장폐지되거나 폐지를 앞두고 있으며, 4월에만 만기가 집중되며 '청산 러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합병 지연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사례도 늘어나며 시장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IPO 시장과의 경쟁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 활황 속에서 기업들이 스팩 합병 대신 직상장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고, 동시에 상장 심사 기준도 강화되며 합병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팩 합병이 직상장보다 수월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동일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며 이러한 인식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공급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3년간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스팩 발행을 꾸준히 이어왔다. 현재 존립기한이 남아 있는 스팩 수만 보더라도 미래에셋증권 8개, 신한투자증권 7개, 하나증권 7개, KB증권 5개, 키움증권 4개, 삼성증권 4개, NH투자증권 3개 등 상당한 규모가 시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합병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유지되면서 구조적인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일정 기간 내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청산으로 이어지는 스팩 구조를 고려하면, 현재의 공급 규모는 향후 추가적인 청산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시적 위축 넘어 구조 전환…"제도 개선·딜 역량이 생존 가른다"

현재 스팩 합병 시장의 위축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보다는 일시적 요인과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단기적으로는 IPO 시장 활황으로 기업들이 직상장을 선호하면서 스팩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 측면이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합병 성공률 하락과 제도 변화가 시장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합병 성공률은 과거 60%대 중반 수준에서 2025년 38.5%까지 급락했고, 같은 기간 상장폐지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상장폐지 요건이 2028년까지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되면서, 기존 소형 스팩 중심 시장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선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직상장 시장의 경우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의무보유를 유도하는 등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온 반면, 스팩 합병 시장은 존속기간 연장이나 삼각합병 허용 등 관련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 개선이 병행될 경우 시장 기능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 시장도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정상화될 수 있다"며 "현재는 과거 대비 합병 난이도가 높아진 과도기적 국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증권사 간 경쟁의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스팩을 얼마나 많이 발행하느냐보다, 실제 합병까지 성사시키는 '완결형 딜'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신영증권(88%), IBK투자증권(83%), 대신증권(83%), DB증권(75%), 교보증권(73%), 하나증권(72%) 등 일부 증권사가 높은 합병 성공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성과를 가르는 핵심은 딜 소싱과 매칭 역량"이라며 "스팩에 적합한 기업을 발굴하고 합리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네트워크와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증권사가 유리한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