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업은행, '깡통대출' 무수익여신 폭증…국책은행 건전성 '경고등'
산은 0.53%→0.79%·기은 0.75%→0.86% 무수익여신비율↑ 무수익여신비율 4대 시중은행 평균치 대비 3배·상승 폭 4.7배 커 정책금융 비중 높은 특성상 건전성 하락세 시중은행보다 가팔라 기업발 부실 확대에 건전성 '흔들'..."앞으로가 더 문제" 경기 침체에 이란 전쟁 여파 등 겹쳐...당분간 건전성 악화 흐름 이어갈 듯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두 국책은행의 건전성에 나란히 경고등이 켜졌다. 원리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무수익여신의 전체 여신 내 비중이 주요 시중은행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 특성상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 대출을 집중 취급 중인 만큼 경기 악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 여파 등 추가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책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폭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녹색경제신문>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산은과 기은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 평균은 0.8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64%) 대비 0.19%포인트(p) 오른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리는 부실채권을 뜻한다.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고정이하여신(NPL)보다도 악성으로 분류된다.
은행별로는 같은 기간 산은의 무수익여신비율이 0.53%에서 0.79%로 0.26%p 늘었고, 기은은 0.75%에서 0.86%로 0.11%p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국책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 평균은 전년 동기(0.22%) 대비 0.04%p 오른 0.26%에 그쳤다. 두 국책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은 4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최근 1년간 상승 폭도 4.7배가량 컸던 셈이다.
업계는 정책금융의 비중이 높은 국책은행의 특성상 이들 은행의 건전성이 시중은행보다 더 가파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의 경우 정부의 정책자금 운용 창구로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을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이들 은행의 건전성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몇 업종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경기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유동성이 취약한 경우가 적지 않아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금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준금리 역시 내려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차주 입장에서는 2020년대 초반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은과 기은의 기업여신 내 무수익여신비율 평균은 지난해 말 기준 0.85%로 전년 말(0.66%) 대비 0.19%p 올랐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평균이 0.25%에서 0.3%로 0.05%p 늘어난 데 비하면 두드러지게 가파른 오름세다. 달리 말하면 산은과 기은의 기업여신 건전성 악화 폭도 시중은행보다 약 3.7배 컸다는 얘기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두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당분간 악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돈줄을 옥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최근 장중 153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기업들의 상환 능력에 추가로 하방 압력을 가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이 오르면 외화 부채 상환 부담과 원자재 수입 비용이 동시에 불어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속화될 수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중간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현재로서는 비용 구조에 대한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책은행들로서는 이들 기업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특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하다 보니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보증기관 특별출연을 통해 저리의 보증부대출을 공급하고 있다"며 "또한 시스템을 통해 여신거래기업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적기에 선제적인 구조조정 등을 시행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여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신용평가 모니터링, 조기경보시스템 운영을 통한 사후관리 강화, 산업별·계열별 포트폴리오 분산 등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부실 징후 발생 시 선제적 구조조정과 적정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부통제 강화 및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