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엘 줌업] ‘K-로봇’ 테마 편승? 하드웨어는 외산·소프트웨어는 ‘구상 중’①

외부 로봇 의존 속 ‘데이터 확보’ 단계…자체 기술·매출은 아직 M&A·설비 투자에 재무 부담 확대…R&D 여력 두고 의문 증폭

2026-04-21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아이엘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코스닥 시장에서 로보틱스 테마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주 성과나 핵심 내재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되고 신사업 투자 부담까지 겹치며 ‘체력 대비 과속 확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아이엘이 ‘휴머노이드’ 관련주로 분류되며 로봇 섹터 흐름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회사가 휴머노이드 사업 확장을 대외적으로 적극 강조한 영향이다.

아이엘은 자회사 아이엘모빌리티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생산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사출 공장에 RaaS(Robot as a Service)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천안 제2공장에는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도입해 인력을 절반 이상 줄이는 자동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업의 구체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이엘은 자체 로보틱스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로봇 장비는 애지봇(AgiBot) 등 해외 업체 제품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회사가 강조하는 핵심 자산은 ‘현장 데이터’지만, 이를 기반으로 로봇 성능을 고도화할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휴머노이드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외부에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자체 기술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기업인 코넥스 상장사 아이엘로보틱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회사는 IoT 설치 및 솔루션 사업이 주력으로, 로보틱스 관련 기술이나 매출은 없다. 아이엘과 아이엘로보틱스 양사 모두 송성근 아이엘 대표가 각각 21.5%, 29.3%로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관계사다. 

업계에서는 현재 구조로는 부가가치 창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보틱스 산업은 하드웨어 범용화 흐름이 뚜렷해 외부 플랫폼을 활용하는 모델 자체는 특이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RaaS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고, VLA(비전·언어 모델),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기반 데이터 가공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수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관절의 토크, 가속도, 센서 데이터 등을 정밀하게 라벨링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학습시켜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이 같은 기술은 대기업들도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최근 사업을 급격히 확장하면서 투입할 수 있는 재원 역시 한정된 상황이다. 아이엘은 최근 아이엘모빌리티(구 우수정기)와 아이엘셀리온을 잇따라 인수하며 자동차 램프용 PCB 설계 및 제조부터 실리콘 렌즈, 플라스틱 커버 사출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축에 나섰다. 

이 같은 확장 전략에 힘입어 아이엘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아이엘모빌리티가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자산 총계 역시 전년 1489억원에서 2246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악화됐다. 같은 기간 약 85억원의 영업손실과 1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인수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따른 이자 비용 등 금융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 부담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아이엘은 지난해 천안 제2공장을 증축하는 등 아이엘모빌리티 인수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설비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사업 확대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재원이 투입된 상황이다.

여기에 회사가 휴머노이드 로봇 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소재 사업까지 확장을 추진하면서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이엘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로보틱스 사업의 핵심이라고 보고 자사 공장에 적극적으로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로봇을 생산하는 기업에 비해 자사 사업은 그렇게 큰 자본이 투입되는 구조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아이엘 주가는 지난 3월 로보틱스 섹터의 반등 흐름을 타고 150% 이상 급등하며 9000원 선에 도달했다가 이후 전쟁 등의 여파로 5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로보틱스 테마의 반등 조짐이 보이며 아이엘 주가 역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