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퇴직연금 시장, 미래에셋증권 4조 흡수...삼성·한투와 ‘격차 확대’

미래에셋증권, 1분기 적립금 42조 돌파 삼성·한투증권 2위권 경쟁...현대차증권은 감소세 KB증권, 중위권 약진...지형도 재편 예고

2026-04-21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권과 하위권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초격차’ 지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2위권과 중위권에서는 순위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42조4411억원으로 집계되며 증권업계 최초로 42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4분기 말 38조985억원이던 적립금은 불과 석 달 만에 4조3426억원 증가했다. 이는 업계 2위권인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분기 순유입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로,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은 특히 확정기여형(DC)에서 2조3702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2조2554억원을 각각 늘리며 리테일 연금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위 자리를 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실탄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삼성증권은 1분기에만 2조2108억원을 유입시키며 총 적립금을 23조2681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1조8457억원을 확보해 22조5945억원을 기록하며 맹추격 중이다. 지난해 말 양사 간 격차는 약 3085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삼성증권이 유입액 규모에서 앞서며 격차를 6736억원으로 벌렸다. 

중위권에서는 KB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KB증권은 1분기에 5622억원의 적립금을 추가하며 8조89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5000억원을 늘리는 데 그친 NH투자증권(10조7238억)의 증가폭을 앞지른 수치다. KB증권은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에서 DC형 25.83% IRP 22.60% 등 최상위권 성적을 내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유입 속도가 유지될 경우 상반기 내에 NH투자증권과의 체급 격차가 더욱 좁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현대차증권은 대형 사업자 중 유일하게 적립액이 ‘역성장’ 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총 적립금은 18조8552억원으로 지난해 말 19조1904억원 대비 약 3352억원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이 16조4012억원에서 15조5029억원으로 9000억원 가까이 증발한 점이 뼈아프다. 캡티브(계열사) 물량 의존하는 DB형 구조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된 데다, 수익률이 1.61%로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기업 고객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퇴직연금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단순한 외형 경쟁을 넘어 운용 성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신한투자증권이 DC형 원리금비보장 수익률 27.17%를 기록하며 5454억원의 자금을 유입시킨 사례나, 하나증권이 IRP 수익률 25.73%를 기반으로 1510억원의 순증을 기록한 점은 수익률이 곧 점유율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용 성과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리그테이블의 성패는 ‘자산 배분 능력’과 ‘계열사 의존도 탈피’에서 갈릴 전망"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이 독주 체제를 굳건히 하는 가운데 기업금융 중심 사업자들이 리테일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