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결국 프랜차이즈만 배불린다…유통업계 내 형평성 논란 재점화
6조원 규모 고유가 지원금 지급 앞둬 주유소 70% 사용 불가…정책 명칭과 실제 사용처 괴리 대형마트·SSM 배제 속 “설계가 쏠림 구조 만든다” 지적 확산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총 6조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이달 말부터 풀리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번에도 소비 쏠림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지원금은 소비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사용 구조에 따라 특정 업종 특히 편의점과 프랜차이즈에 매출이 집중되는 패턴이 되풀이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책 의도와 달리 ‘형평성 왜곡’ 논란이 다시 불붙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총 6조1000억~6조1400억원 규모로 편성하고, 이달 27일부터 지급에 들어간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최대 60만원, 일반 국민은 10만~25만원을 받는다. 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며 오는 8월 31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어디서 쓰이느냐’다. 이번 지원금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제외된다.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작동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편의점이다. 접근성과 결제 편의성이 높은 편의점은 지원금 소비의 ‘최종 집결지’ 역할을 해왔다. 실제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당시 편의점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CU는 지급 첫 주 일매출이 전년 대비 9% 늘었고, GS25는 국·탕·찌개 매출이 337.6% 급증하는 등 특정 품목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쏠림은 단순한 업종 선호가 아니라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소비자는 제한된 기간 내 지원금을 써야 하고, 추가 이동이나 탐색 비용이 낮은 곳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전국 촘촘한 점포망과 표준화된 결제 시스템을 갖춘 편의점·프랜차이즈가 자연스럽게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반면 정책의 직접 수혜 대상으로 설계된 일부 업종은 오히려 배제되거나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번 지원금의 대표적인 모순은 ‘고유가 지원금’이지만 주유소에서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매출 기준 제한으로 전체 주유소의 약 70%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유류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명칭과 실제 사용 구조가 어긋난 셈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이번에도 사용처에서 제외됐고, SSM 역시 가맹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함에도 일괄 배제됐다. 지난해 소비쿠폰 당시 대형마트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같은 유통 채널 내에서도 정책 기준에 따라 희비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데이터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지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당시 전체 사용액의 49%가 음식점과 마트·식료품점에 집중됐고, 이듬해 국민지원금 역시 마트·식료품(28.6%), 음식점(22.4%)에 사용이 몰렸다. 소비가 특정 생활밀착 업종으로 쏠리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있다는 의미다.
결제 방식 역시 쏠림을 강화하는 요소다. 지난해 소비쿠폰의 약 70%가 카드 방식으로 지급됐는데, 카드 결제가 가능한 업종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다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율이 0.40~1.45% 수준에 불과해 수익성은 거의 없는 구조다. 실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당시 주요 카드사들은 약 8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지원금 정책은 ‘소비 총량’은 늘리지만 ‘소비 방향’까지 통제하지는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사용처를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소비 흐름을 정교하게 설계하기 어렵고, 오히려 접근성이 높은 채널로의 쏠림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지원금은 소비를 늘리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설계되면 결국 가장 접근성이 좋은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정책이 의도한 대상에게 효과를 내려면 사용처 제한을 넘어 소비 동선과 실제 이용 환경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