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때 아무도 안 본다"… '하차감'이라는 혼자만의 착각
"하차감 괜찮을까요?"…전시장에서 확인된 '허영의 좌표' 소비자가 하차감 따질수록 제조사 영업이익은 극대화 '하차감 코미디'를 멈추고 자동차의 본질을 회복할 시점
[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하차감부터 따지면서 무리하게 차량 등급을 올리는 사람을 볼 때면 이게 필요한 소비인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저 과시욕일 뿐이죠."
수입차 전시장에서 매일 고객을 마주하는 한 딜러의 이 말은 '하차감'이라는 지독한 '코미디'라는 실체를 정확히 관통한다. 사실 수천만 원을 들여 치장한 하차감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혼자만의 만족감일 뿐이다. 타인의 시선을 쫓느라 자동차 본질의 역할은 망각한 채 그저 전시용 장식품으로 전락시킨 이 비싼 코미디는 오늘도 도로나 주차장에서 공허하게 반복되고 있다.
허울뿐인 이러한 현상은 현장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BMW 딜러사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상담하다 보면 기술적인 사양을 묻는 것보다 '이거 타면 하차감 괜찮을까요?'라고 먼저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안전과 관련된 옵션보다는 내가 어떤 차를 타는지,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순위로 둔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허영심의 좌표'는 온라인상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포털 검색창에 '하차감' 세글자만 쳐도 '하차감 좋은 차', '하차감 순위' 같은 연관 검색어가 자동완성으로 따라오고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특정 모델의 하차감을 묻는 질문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물론 이런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하차감이 도대체 뭐길래 차를 타면서까지 남 눈치를 볼까? 슈퍼카 아니면 사람 내리는 거 관심도 없는데"라는 조롱 섞인 반응도 만만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팩트 폭격'은 하차감에 매몰된 추자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반면 해외에서 자동차는 취향을 담는 자기표현의 도구다. 낡은 차를 고쳐 타며 동반자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하차감'은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남보다 돋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자동차 문화를 지배한다. 하차감을 중시하는 일부 차주들에게 자동차 교환 주기는 신형 모델 출시와 함께 내 차의 하차감이 '만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소비 심리가 시장 전체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스스로 '급'을 나눌수록 제조사는 세분화된 트림과 옵션 전략을 강화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딜러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무리한 상위 트림을 선택할수록 제조사의 영업이익은 극대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차는 과시용 장식품이 아니라 이동을 위한 도구다. 하차감에 취해 고가의 차량이나 화려한 옵션을 선택하더라도 정작 운전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하차감이라는 허상을 붙잡아 마케팅의 희생양이 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하차감 경쟁 대신 취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숙한 자동차 문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