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후주간' D-3…금융지주 전환금융 체계, 어디까지 왔나
- 여수 기후주간 개막·790조 기후금융 공급 계획 본격화 - 신한·KB·하나·농협, 가이드라인·협의체 정비 속도 - 중소기업 데이터 공백 과제…금융위 3분기 웹포털 구축 예정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오는 20일 전남 여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3차 기후주간이 개막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 내부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제시한 이후 주요 금융지주들이 내부 전환금융 체계 구축에 잇달아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여수 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20일부터 25일까지 녹색대전환 국제주간(GX Week)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제3차 UNFCCC 기후주간과 2026년 기후변화주간을 통합해 진행하는 대규모 국제 기후·에너지 행사로, 총 67개 세션이 운영된다. 녹색분류체계(K-Taxonomy)와 전환금융을 주제로 한 포럼도 이 기간 진행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행사가 녹색대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움직임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25일 제시한 대규모 기후금융 공급 계획과 맞닿아 있다. 금융위는 이날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총 790조원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을 핵심 축으로 도입했으며, 올해 56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2035년 98조7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리는 구조다.
신한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반 여신 시스템 고도화도 병행 중이다. KB금융지주 역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계열사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업종별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2026년 관련 상품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지주도 전환금융 체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협금융은 지난 2월 그룹 녹색·전환금융 협의체를 신설하고 생산적금융과 전환금융을 연계한 내부 지침을 전 계열사에 배포했다. 또 오는 8월까지 PwC컨설팅과 함께 전환금융 도입 전략과 운영체계 구축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농업·농촌·농산업 등 실물경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지역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금융으로 견인하는 '농협형 전환금융' 모델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업종별로 적용 기준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내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환금융 상품을 설계하려면 차주 기업의 감축 계획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이런 자료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집행까지는 준비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 부장 역시 지난 11일 서울 기후 컨퍼런스에서 "지도만 그리는 데 매몰되지 말고 지금 중소기업이 당장 짚고 갈 지팡이와 등불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이 복잡한 녹색금융 기준과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보다 완화되고 현실적인 채널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 금융회사의 녹색·전환금융 적격성 판단과 K-Taxonomy 적용을 지원하는 기후금융 웹포털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 ESG 업계 관계자는 "제도 인프라가 갖춰지면 전환금융 실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며 "여수 기후주간을 계기로 국내 금융권의 전환금융 논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