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에도 환율 상승...이유는? 한은 "해외투자·저축 증가"

한은, '대외 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공개 "국내 거주자 해외 자산 투자로 인한 자본 유출 2015년부터 빈도↑" "고령화 심화로 인한 저축률 상승, 실질환율의 완만한 상승에 기여" "원화, 타국 대비 통화 대비 금융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

2026-04-17     이준성 기자
[사진=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한국은행이 민간 부문의 해외 투자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상승으로 인해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한은은 '우리나라 대외 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됐으나, 원·달러 실질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원화 절하)했다. 

일반적으로 수출 호조에 기인한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가치 절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우리나라 재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부 특수 구간을 제외하면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실질환율은 경상수지가 흑자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환율이 점진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2023년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와중에 환율이 더 큰 폭으로 뛰었다.

한은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대외자산이 과거와 달리 민간 부문의 해외 자산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이전에는 경상수지로 축적된 대외자산 대부분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등 준비자산의 형태로 축적된 반면, 2010년대 이후에는 준비자산 외 대외자산이 크게 늘었다. 특히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 채권 투자가 확대되면서 불어난 자본 유출이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경상수지 흑자로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이 늘어 환율을 내리는 현상을 '상품 충격', 국내 거주자의 해외 자산 투자로 인한 자본 유출이 환율을 올리는 현상을 '금융 충격'으로 명명했을 때, 2015년 이후 금융 충격 빈도가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대외자산을 축적했을 때는 외화 수요가 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외환 시장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저축률 상승도 경상수지 흑자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불러오는 요인으로 꼽혔다. 2011년 이후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저축률이 상승하는 추세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환율이 오르는 이른바 '저축수요 충격'이 나타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저축률 상승은 국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공급이 과잉이 되면 기업들은 남은 상품을 청산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재화의 가격이 외국보다 빨리 떨어지면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된다. 또,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경상수지 흑자폭 역시 커진다. 

김 과장은 "저축수요 충격은 2011년 이후 실질환율의 완만한 추세적 상승에 기여했다"면서 "반면 상품 충격은 2000년대 및 2010년대에는 원화 절상에 기여했으나,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원화는 금융 충격에 타국 통화 대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충격에 대한 원화의 환율 반응 계수는 0.65로 일본(0.38), 미국(0.07), 영국(0.56), 스위스(0.11), 호주(0.36) 등보다 높았다. 이는 우리 외환시장 거래량이 주요국에 비해 적고 투자 주체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김 과장은 "국가별 일평균 외환시장 거래량과 환율의 반응 계수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는 뚜렷한 음(-)의 관계를 나타냈다"며 "이는 외환시장의 심도가 깊을수록 금융충격에 대한 환율 반응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및 WGBI 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기반 확충, 투자자 다변화는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