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만 믿다간 낭패…‘외국 브랜드’ 가면 쓴 가구·주방용품의 함정

이탈리아·독일 내세운 마케팅, 실제 생산지는 ‘딴판’ 부분 소재만 수입하고 ‘메이드 인(Made-in)’ 강조하는 꼼수 확산 소비자 “가격은 프리미엄, 실상은 OEM”…정보 비대칭 심각

2026-04-17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이탈리아 브랜드라서 샀는데, 알고 보니 소재도, 조립도 중국산이었어요.”

최근 가구·주방용품 시장에서 ‘국적 세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유럽 감성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과 실제 생산 구조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국적 착시’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구·주방용품의

국내 가구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혹은 프랑스 등 ‘유럽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강력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실상 다수의 업체들이 디자인이나 브랜드 등록만 유럽에 두고, 실제 생산은 중국 공장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탈리아산’ 이미지를 기대하지만, 실상은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인 셈이다.

식탁 역시 비슷한 방식이 활용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판에 사용된 포세린(세라믹)만 이탈리아산이고, 하부 프레임과 조립은 중국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핵심 소재 일부만 수입해 전체 제품의 국적처럼 포장하는 ‘부분 원산지 마케팅’이다.

주방용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주방용품’을 강조하는 브랜드로 알려진 ‘바겐슈타이거’의 경우 판매 제품 다수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실제로 냄비, 칼, 주방도구 등 여러 제품이 중국 제조로 확인되며, 국내 유통사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자체보다, 소비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브랜드 스토리와 광고는 유럽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실제 제조국 정보는 상세페이지 하단이나 작은 글씨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소비자는 때로 ‘유럽 브랜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제품의 실질적 가치와 괴리된 선택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합법과 기만 사이의 회색지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표시 기준상 원산지 표기가 이뤄졌다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인식 간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국적보다 생산 방식과 품질 기준을 보는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생산 체계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소비자 신뢰를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브랜드 국적, 소재 원산지, 최종 생산지를 구분해 표시하는 ‘3단계 정보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며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가격과 품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