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5억 실탄에 화이자 용역계약…디앤디파마텍, 파이프라인 다각화 '잰걸음'
화이자와 18억 연구용역 공급계약 체결 차세대 후보물질 'TLY012'에 1173억 투입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디앤디파마텍이 이자 없는 '제로쿠폰' 2265억원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글로벌 비만치료제 기업 '화이자'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섬유화 질환 치료제 'TLY012' 자금 조달에 이어 경구용 비만치료제 등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미국 FDA 임상 중인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공시한 화이자와의 연구용역 공급 계약은 경구용 펩타이드 이중작용제(비만치료제) 제형 개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약 18억원으로,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매출 42억9760만원의 42.64% 수준에 달한다. 디앤디파마텍 측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연구계약 체결을 통해 차세대 파이프라인의 임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계약 규모보다 계약 대상이 화이자라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연구용역이라고 하지만 이는 화이자가 펩타이드 이중작용제 시장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기존에 소화기 부작용 등을 이유로 중단됐던 펩타이드 이중작용제 개발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고 해석했다. 화이자가 기존에 확보한 이중작용제 물질을 흡수율 높고 부작용 적은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화이자는 2023년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로티글리프론(lotiglipron)' 임상 과정에서 간 독성 문제를 발견해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다른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개발에 집중했지만 임상 2상에서 메스꺼움과 구토 등 소화기 부작용이 발생해 임상 3상 진행을 중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비만치료제 스타트업 멧세라를 약 100억달러에 인수하며 경구·주사형 펩타이드 기술 및 이·삼중 작용제 후보물질 전체를 사들였다. 이번 연구용역 계약은 멧세라가 보유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이외의 기술·제형 검증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5일 공시에 따르면 조달된 2265억원 자금의 표면이자율·만기이자율은 0%, 보통주 전환 가격은 이사회 결의일 15일 기준 7만7736원이다. 전체 발행 규모는 같은날 발행주식 총수 기준 6.65%다. 발행된 CB는 이날부터 1년간 보통주로의 전환이 제한된다. 전환가능 주식 수는 291만3691주지만, 최저 리픽싱 70% 기준 416만2378주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헌꺼번에 출회될 경우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TLY012는 디앤디파마텍이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공을 들이는 후보물질이다. 섬유화증 근본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DR5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섬유화된 세포만 빠르게 제거한다. 섬유화 조직이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결과가 전임상 단계에서 확인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등에 게재되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2019년,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만성 췌장염, 전신경화증으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2021년 12월에는 FDA로부터 임상 1상 임상승인계획(IND) 승인을 받은 후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 확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