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RCPS' HD현대로보틱스, IPO 미달성 시 재무 리스크 '부메랑'

지난해 발행한 RCPS 조건에 IPO 기한 설정 3년 지난 2028년부터 이자율 스텝업 상향

2026-04-16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HD현대로보틱스가 중복상장 규제라는 변수에 가로막히면서 기업공개(IPO)의 성격이 ‘성장 전략’에서 ‘생존 변수’로 바뀌고 있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지난해 사모펀드로부터 유치한 1800억원의 자금이 유동성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조건을 근거로 IPO의 1차 기한을 2028년으로 점치고 있으며, 해를 넘기게 되면 이른바 스텝업 금리로 인해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분할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까지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 유형으로 보겠다고 예고했다. 세부 기준은 올 2분기 확정되며, 심사 기준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에서 HD현대로보틱스는 단순히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 아니라 재무 구조상 상장이 절실한 회사로 꼽힌다.

HD현대로보틱스가 지난해 케이디비케이와이태권 유한회사를 상대로 발행한 RCPS에는 2028년까지는 연 4.75%, 2030년 이후에는 5.75%의 수익률이 적용되는 조건이 달려 있다. 주당발행가액은 20만2500원이다. 단순 산술 시 매년 80~100억원의 이자 성격의 배당금이 누적되며, 전량 풋옵션이 발동된다고 가정하면 상환 시점에서는 2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IPO 기한은 주주간계약에 명시돼 있어 비공개 사항이지만, 이자율의 조건을 따졌을 경우 1차 시한은 2028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RCPS 발행 시점인 2025년 10월부터 3년이 지난 2028년 10월 말 이후부터 RCPS 인수자는 풋옵션을 발동할 수 있다. 다만, IPO의 최종 시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  

눈에 띄는 점은 RCPS를 보통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주주간계약에 명시된 대로 '시한 내에' 기업공개가 되지 않은 경우 RCPS로 재전환할 수 있는 조항도 삽입됐다. HD현대로보틱스 법인등기에 따르면 "기업공개가 되지 않아 RCPS로 재전환되는 경우 보통주가 상황전 RCPS로 재전환될 때까지의 기간을 포함해 배당율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등기에 명시된 스텝업 이율의 기한 설정이 2029년 이후인 것을 감안하면 양자가 합의한 IPO 기한 역시 그 시기로 추정된다. 양 측은 2028년 8월 30일까지 연 4.75%, 2028년 8월 31일부터 2029년 8월 30일까지 연 5.25%, 2029년 8월 31일부터 연 5.75%의 이자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현재로서는 HD현대로보틱스가 상환을 감당할 재무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은 2630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21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도 228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커졌지만 원자재값, 판관비, R&D 비용이 모두 늘며 수익성이 후퇴했다. 

자회사들도 상하이 법인을 제외하면 독일, 중국 장쑤, 미국 법인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독일과 장쑤 법인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선투자 국면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상환금을 영업이익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금흐름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61억원 순유입으로 플러스였지만,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782억원 순유출이었다.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76억원에서 1002억원으로 늘었지만 본업으로 벌어들인 것이 아닌 RCPS 발행대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HD현대로보틱스는 상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HD현대 관계자 역시 “향후 상장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상장 추진에 대한 내부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가 '예외조항'을 근거로 상장을 완주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금지 원칙에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적용되는 경우다. 로봇 산업은 정부가 지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는 만큼,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예외 적용 대상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모회사의 주주 보호 노력 여부도 IPO의 키팩터다. 거래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권익이 훼손되지 않았는지를 주요 심사 요소로 본다. 분할의 목적과 기대 효과를 충분히 공시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경우 예외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최근 HD현대가 주주 소통과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심사 기조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는 적자 구조이긴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사업 경쟁력 자체는 일정 부분 입증된 상태”라며 “상장이 무산될 경우 R&D와 설비투자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모두 상환 재원으로 전환되면서 HD현대 내 로보틱스 사업의 독립적인 성장 스토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결국 기업과 기술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