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ESG 최초 공시 '30조원 기준'에…기업 ESG 담당자 70% "10조원 이상도 충분"

- ESG 담당 임직원 70.9%, 10조원 이상 상장사 공시역량 '높다' 평가 - 최초 공시 대상 '10조원 이하' 응답 66.7%…법정공시 전환 선호도 57.6% - 스코프3 유예·인증 의무화 로드맵, 금융위 초안과 현장 시각차

2026-04-16     나아영 기자
[사진=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역량 및 준비 부족을 근거로 ESG 공시 의무화 대상을 연결 자산 30조원 이상으로 설계한 가운데, 국내 기업 ESG 담당 임직원 10명 중 7명 이상이 10조원 이상 상장사의 공시 역량을 '높다'고 평가한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6.7%는 최초 공시 적용 대상을 10조원 이하로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인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6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 회원사 ESG 담당 임직원 120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공동 진행했다. 응답사의 71.7%가 상장사였고, 연결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이 전체의 75.8%를 차지했다. 제조업 비중은 약 60%였다.

국내 기업의 공시 역량 평가에서는 '높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국내 기업 ESG 담당 임직원의 70.9%가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상장사의 공시 역량을 '높다'고 평가했으며, '낮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5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서도 '높다'는 응답이 45.8%로 '낮다'(19.1%)를 웃돌았다.

금융위는 지난 2월 발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에서 기업의 '역량 및 준비 부족'과 '법적 부담'을 근거로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상장사를 2028년(FY27) 첫 공시 대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34.2%는 2조원, 12.5%는 5조원, 20%는 10조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30조원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33.3%에 그쳤다.

공시채널에서도 법정공시 조기 전환을 지지하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즉각적인 법정공시'를 선택한 응답자는 15%, '거래소 공시 1년 후 법정공시'는 25%였다.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기업 담당자로 좁히면 각각 21.2%, 36.4%로 약 58%였다. 세이프하버(safe harbor·면책조항) 적용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조건에서 나온 수치다.

스코프3(Scope3·가치사슬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유예 기간을 두고는 응답이 양분됐다. 금융위 초안이 제시한 3년 유예를 택한 응답자는 50%였으며, 즉각 적용(11.7%)·1년 유예(16.7%)·2년 유예(21.7%)를 합산해도 50%였다. 제3자 인증 의무화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6명이 '2030년(FY29)까지는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위 초안에는 제3자 인증 의무화 로드맵이 별도로 제시돼 있지 않다.

민병덕 의원은 "지금은 재무 정보만으로 투자받기 어려운 시대이며,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지속가능성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ESG 공시는 투자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고객사와의 안정적·장기적 공급망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의 비즈니스 면허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는 3월 말 피드백과 이번 ESG 실무 담당자 설문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