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퇴직연금 성장세 보니...신한·하나 '미소' 국민·우리·농협 '글쎄'

1분기 말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508조원...증권가 증가율 '최고' 5대 은행 적립금 181조원→212조원...은행별로 성과 엇갈려 신한銀, 적립금 증가 폭 8.3조원...삼성생명 제치고 전 금융권 적립금 1위 하나銀, 적립금 증가율 은행권 1위...전 금융권 적립금 3위 '정조준' 국민·우리·농협銀, 증가율 비교적 떨어져...증권가 강세 속 성장 둔화 우려↑

2026-04-16     이준성 기자
5대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퇴직연금 성과가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나란히 8조원 이상 적립금을 늘렸지만 나머지 3개 은행은 증가 폭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부 은행의 퇴직연금 성장세가 앞으로 한층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확인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42개 금융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508조73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32조9485억원)보다 17.5%(75조7856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12개 은행의 적립금은 전년 동기(228조9986억원) 대비 15.34%(35조1219억원) 증가한 264조1205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만 증가율은 증권사가 은행과 보험사를 압도했다. 이 기간 14개 증권사의 적립금은 107조6188억원에서 141조6797억원으로 31.65%(34조609억원) 급증했다. 16개 보험사의 경우 96조3311억원에서 102조9339억원으로 6.85%(6조602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데다가 증권사 퇴직연금은 은행·보험사와 달리 실적배당형(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투자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증권사 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증권사 퇴직연금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매매가 실시간으로 가능하고, 상품 다양성과 수익률도 은행·보험사보다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가 두각을 보이는 가운데 5대 은행도 적립금을 불리며 주도권 사수에 힘을 쏟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이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2조4108억원으로 전년 동기(181조9893억원) 대비 16.72%(30조4215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신한·하나은행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국민·우리·농협은행은 적립금을 늘리는 데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먼저 이 기간 신한은행은 적립금을 46조3974억원에서 54조7391억원으로 17.98%(8조3417억원) 늘리며 삼성생명(53조4763억원·7.34%↑)을 제치고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1위에 올랐다.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은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안정적인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과 은행권 최다 수준의 ETF 상품 라인업 등이 이번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적립금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9조3037억원으로 전년 동기(41조2443억원)보다 19.54%(8조594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3위인 국민은행과 4위 하나은행의 격차는 473억원까지 좁혀졌다.

두 은행의 적립금 격차는 지난해 1분기 말만 해도 1조5184억원에 달했지만 1년 만에 400억원대로 내려왔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분기 말에는 두 은행의 순위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대면 채널 기반의 연금자산관리 서비스로 투자부터 상담까지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성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국민은행의 적립금은 같은 기간 42조7627억원에서 49조3510억원으로 15.41%(6조5883억원)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증가 폭 자체는 전 금융권 5위 수준이었으나 하나은행의 거센 추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 증가율이 각각 6.79%, 22.49%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는 점이 뼈아팠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 은행 모두 적립금 증가 폭이 신한은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기간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6017억원에서 31조7121억원으로 14.89%(4조1104억원) 늘었으며, 농협은행은 23조9832억원에서 27조3049억원으로 13.85%(3조3217억원) 증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관심이 안정성보다는 수익률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증권사의 강세가 확연해지고 있다"며 "은행권도 적립금을 늘리고는 있지만 지금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수익률이나 상품 다양성,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한 은행들은 퇴직연금 성장세 둔화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