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 노린 RIA, 초기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실질 자금 유입 ‘온도차’

계좌 확대는 성과...자본 환류는 추가 과제 미국 투자 쏠림 여전...4월 외화보관액 되려 증가 환율 리스크·세제 체감도 낮아 실질 유인 부족

2026-04-15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해외 자산의 국내 환류를 유도해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했던 정부의 ‘국내복귀계좌(RIA)’ 정책이 구체적인 수치상 성과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계좌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실제 자금 유입 규모는 제한적 수준에 그치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도입된 RIA 계좌는 출시 약 3주 만에 가입자 9만명을 넘어서는 등 초기 흥행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외형 성장과 달리 실질적인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RIA를 통해 국내로 환류된 누적 잔고는 약 4826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치는 정책 도입 당시 기대됐던 자금 유입 규모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일부 계좌는 증권사 경품 이벤트나 수수료 혜택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의 개설에 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IA 성과는 전체 외화 자산 규모와 비교할 때 더욱 대비된다. 국내 거주자의 외화보관금액은 4월 말 기준 2202억6014만달러(약 304조원)를 기록했다. 월별 흐름을 보면 올해 1월 2310억9649만달러에서 2월 2250억5262만달러, 3월 2112억1720만달러로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에는 2202억6014만달러로 전월 대비 약 90억달러 이상 증가하며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RIA 도입 직후 외화 자산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은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4826억원 규모의 유입 자금은 2200억달러를 상회하는 전체 외화 자산 대비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환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로는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쏠림이 여전히 두드러진다. 4월 기준 미국 내 외화 자산은 1793억4571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주식 자산이 1634억2056만달러를 차지했다. 미국 주식 잔고는 1월 1680억1432만달러에서 3월 1541억5821만달러까지 감소했다가 4월 1634억2056만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RIA 유입 자금은 수백조원대 외화 자산과 비교할 때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책 도입 취지였던 자본 환류 및 환율 안정 효과 역시 단기간 내 가시화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RIA 활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환율 환경과 제도적 요인이 동시에 지목된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해외 자산을 매각해 원화로 환전할 경우 향후 환차익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서는 환전 시점 선택이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의사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제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체감도가 낮다는 평가다. RIA 계좌의 세제 혜택은 일정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하며, 취득 시점 증빙, 보유 기간 확인, 감면 세액 산정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혜택을 적용받는 과정에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경품 제공과 수수료 혜택 등을 앞세워 초기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유입 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실질적인 자금 이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환율 리스크를 완화하거나 기대수익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을 국내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계좌 개설 유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거나 세제 측면에서 보다 직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투자자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정책 효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