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허들 높아진 제약바이오…"기술+자본 위 스토리 얹어야 생존"
변정훈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서면 인터뷰 수익 확보·자금 조달 전략·시장 설득 관건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투자자들은 기술 자체보다 실제 시장 진입 전략과 수익화 가능성을 더욱 높게 봅니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사업화 가능성이 중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보다 '결과'를 평가받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 심사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금융댱국이 올 초 기업심사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장 후에도 성과 부족한 기업은 걸러내겠다는 실무 기준을 발표하면서다. 임상시험 계획의 타당성과 핵심 파이프라인의 경쟁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정량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변정훈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대표는 15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기업의 생존 전략 키워드를 기술, 자본, 스토리의 유기적 연결로 제시했다. 차별화된 사업 전략과 빠른 실행,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 전략,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 등의 조건을 충족할 때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동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10년간 재직한 변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컨설팅 기업이다. 보산진에서 기술평가컨설팅팀 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제약바이오 기업 공개 시 차별화된 전략을 시행할 필요성을 느껴 창업했다. 단순 자문을 넘어 초기 단계, 상장 이후 생존 전략을 설계한다. 최근 엔젤투자 등 얼리스테이지(Early-stage) 기업의 상장을 돕는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 창업, 사업화 전략 등을 주제로 다수의 기관에서 강의도 진행 중이다.
변 대표는 "단순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차별화된 사업 전략과 속도감 있는 실행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신약 1개 개발에 평균 10~15년, 약 1조원 이상 비용이 소요되는 연구개발 단계 특성상 자금 조달은 바이오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스토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전략의 핵심에 창업의 최초 동기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대표자의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 바이오 비중이 50% 이상인 만큼 이 같은 변화는 바이오테크에 부담이지만, '깜깜이 투자' 관행을 없애고 '좀비 기업' 퇴출로 기회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는 희소식이다. 금융당국과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바이오텍 생존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9년 도입된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은 최근 다른 산업 분야와의 형평성 및 전문성을 고려해 보다 정교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추세다. 연초 기술특례 상장 심사 기준 강화 방침으로 방향성이 제시된 데 이어, 지난 4월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으로 구체화했다. 특히 인공지능(AI)·우주·바이오 부문은 임상 설계나 기술 수출, 허가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사후관리 기준 역시 한층 까다로워진다. 기존에는 상장 후 5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연 매출 30억원 요건만 충족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매출뿐 아니라 시가총액 등 복수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진화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기준은 단계적으로 상향돼 중장기적으로 200억~300억원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상장 유지 문턱이 과거보다 높아진 셈이다.
변 대표는 "과거에는 기술의 혁신성과 잠재력에 상대적으로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상장 이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기존보다 임상 단계, 사업화 가능성, 재무 지속성 등을 더 꼼꼼하게 평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력만 평가하던 기존의 기술성 평가가 앞으로 기업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 대표는 최근의 변화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임상 단계, 기술이전까지 남은 기간 등 의미 있는 정량 지표 평가를 강화해 데이터로 평가되도록 하는 내용의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다만 변 대표는 이 기준에 대해 "상장을 유지 중인 바이오 기업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매출 기반이 취약하거나 사업모델이 불명확한 기업들은 구조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도 지적했다. 부실 기업의 퇴출이나 재편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화두로는 선택과 집중, 실행력, 성과 등을 꼽았다. 과거 다수 파이프라인의 기술적 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핵심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집중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변 대표는 "투자자 역시 기술 자체보다 실제 시장 진입 전략과 수익화 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결국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상장 이후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숫자로 증명해내는 '사업적 증명'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