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바짝 죄는 은행권…영업점·임직원·ATM 다 줄였다
5대 은행, 지난해 말 영업점 3749개...1년 새 94개 줄어 ATM 등 자동화기기는 1000대 이상 ↓...2만2106대 임직원 수 1418명 감소...하나은행만 늘어 업계 "DX·AX 가속화하다 보니 영업점 등 계속 ↓" "영업점·ATM 등 감축 속도 조절 및 보완책 마련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다. 영업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자동화기기뿐 아니라 임직원 수까지 눈에 띄게 줄었다.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앞세운 비용 절감·경영 효율화 작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영업점과 자동화기기 감축이 이어질수록 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금융 소외가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감축 속도 조절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녹색경제신문>이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등에 공시된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지점·출장소) 수는 3749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보다 94개 줄어든 수준이다.
이 기간 농협은행(1063개·동일)과 하나은행(609개·+6개)을 제외한 3개 은행의 영업점 수가 감소했다. 신한은행이 693개에서 650개로 43개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국민은행(771개·-29개)과 우리은행(656개·-28개)도 30개 가까이 영업점 수가 줄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영업점 37개를 인근 점포와 통폐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폐합이 완료되면 우리은행 영업점 수는 619개까지 줄어든다.
아울러 5대 은행은 영업점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는 ATM 등 자동화기기도 1000대 넘게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총 2만2106대로 전년 말보다 1094대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2020년 이후 매년 1200대 안팎씩 줄어드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자동화기기 수는 국민은행이 5272개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은 181개였다. 이어 신한은행(5094개·-456개), 농협은행(4241개·-214개), 우리은행(3990개·-232개), 하나은행(3509개·-11개) 순이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자동화기기 수가 모두 세 자릿수로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개선,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니 영업점과 자동화기기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부분의 고객층에서 일상화되면서 영업점과 자동화기기의 역할 자체가 크게 축소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효율화' 기조에 따라 5대 은행의 전체 임직원 규모도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6만4648명에서 6만3230명으로 1418명 감소했다. 은행별 감소 폭은 국민은행이 583명으로 가장 컸고 신한은행(-492명), 우리은행(-344명), 농협은행(-25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하나은행(+26명)은 이들 은행 중 유일하게 임직원 수가 늘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희망퇴직 등이 매년 단행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 규모도 점차 축소되면서 전체 임직원 수가 줄고 있다"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효율성 제고가 각 은행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만큼 임직원 규모 감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감축'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경영효율성도 개선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하나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9.6%로 전년 대비 1.7%포인트(p) 낮아졌고, 같은 기간 국민은행도 43.4%에서 40.7%로 2.7%p 하락했다. 신한은행 역시 41.8%로 0.4%p 낮아졌다. CIR은 총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의 비중을 뜻하는 경영효율성 지표로, 통상 수치가 낮을수록 금융사가 비용 대비 이익이 높은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영업점과 자동화기기 감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뒤따르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금융거래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의 금융 소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효율화에 나서는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영업점과 ATM 축소가 계속되면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이 겪는 불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감축 폭과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고, 비대면 이용이 어려운 고객을 위한 보완 장치를 얼마나 촘촘히 마련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