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270조 ‘사상 최대’인데…기업은 지갑 닫았다
소득 증가·주택 공급 감소 영향…가계 순자금 운용 역대 최대 주식·ETF로 자금 유입 확대…기업 투자 위축·정부 조달은 급증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지난해 가계의 여유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소득 증가폭이 지출을 웃돈 데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가계 자금이 크게 쌓인 영향이다. 반면 기업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투자를 줄이며 자금 조달 규모를 축소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15조5000억원) 대비 54조원 이상 증가하며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자금 운용액에서 조달액을 뺀 값으로, 가계는 일반적으로 여윳돈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며 기업과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계 자금 증가 배경으로는 소득 증가와 함께 주택 시장 영향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출보다 빠르게 늘어난 소득과 아파트 신규 입주 감소가 여윳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계의 총 자금 운용 규모는 34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주식과 펀드 등 지분증권·투자펀드에 106조2000억원, 보험·연금 준비금에 87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주가 상승에 따라 개인 투자 자금이 확대된 결과다.
한편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는 총 72조7000억원을 조달해 전년보다 39조원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61조9000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사 신용공여나 주식담보대출 확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비율은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도 낮아졌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밑돈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기업은 투자 위축 영향으로 자금 조달을 줄였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3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순이익은 늘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반대로 지출 확대 영향으로 자금 조달이 크게 늘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 조달액은 52조6000억원으로 1년 새 크게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