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유증 자금 65% 채무상환용…시장 일각선 '밑 빠진 독' 우려도

가시화된 CB 풋옵션 압박…조달 자금 65% '빚 갚기' 예정 IPO 당시 제시한 실적 추정치 하회…매년 550억 현금 유출 최대주주 청약 참여율은 15% 그쳐 자회사 볼파라 선전은 긍정적 요소

2026-04-07     최성남 기자

[녹색경제신문 = 최성남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211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100% 무상증자를 연이어 추진한다. 회사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전체 조달 자금의 65% 이상이 과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어서, 시장 일각에서는 본업의 현금창출력 회복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자금 고갈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달 자금 65%는 '빚 갚기'…가시화된 CB 풋옵션 압박

루닛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2115억원 중 약 1378억원을 채무상환 자금으로 배정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024년 5월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현 Lunit International)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1665억원 규모의 제1회 전환사채를 포함해 총 1715억원 규모로 발행된 사모 전환사채(CB) 조기상환 대응용이다.

해당 CB는 오는 2026년 5월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며, 연복리 8.0%의 만기보장수익률이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진행된 1차 조기상환 청구 기간에 이미 전체 원금의 9.72%에 해당하는 약 162억 원의 청구가 접수돼, 5월초 약 187억원의 원리금 지급이 예정돼 있다. 루닛은 연이은 풋옵션 행사에 대비해 유증 자금 중 전체 발행액의 50% 수준인 약 985억원을 별도로 떼어 정기예금 등에 유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유상증자 납입 전 긴급 운영자금 명목으로 올해 2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연 7.5%의 고정금리로 빌린 단기차입금(브릿지론) 300억원 등 차입금 상환에도 393억원이 투입된다. 사실상 회사로 유입되는 순수 운영자금은 737억원 수준에 머무는 셈이다.

상장 당시 전망치와 엇갈린 실적…매년 550억 현금 유출

시장의 우려가 향하는 지점은 루닛의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다. 2022년 상장 당시 루닛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5년 영업수익 1495억원, 영업이익 58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공시된 2025년 기준 실적은 영업수익 831억원, 영업손실 831억원으로 예측치와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 규모 역시 2024년 657억원, 2025년 55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550억원 안팎의 현금이 영업 과정에서 소진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할 때,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운영자금 737억원의 소진 주기도 비교적 짧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루닛의 증권신고서에는 "2026년 상반기까지는 영업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재돼 있다.

최대주주 청약 참여율은 15% 그쳐…투자자 시선은 본업 경쟁력 회복으로

최대주주의 자금 여력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대주주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는 재무적 부담 등을 고려해 본인들에게 배정된 신주 물량의 약 15% 수준에서만 이번 청약에 참여할 예정이다. 필요 자금은 기존 보유 신주인수권 일부 매각을 통해 조달한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기존 17.60%에서 유상증자 후 14.1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잔여 CB 및 스톡옵션 전환 시 최대 12.18%까지 변동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또한 이번 유상증자로 약 790만주가 상장된 직후, 발행주식수의 100%에 해당하는 약 3719만 주의 무상증자 신주가 추가로 상장된다.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은 대규모 주식이 단기간 시장에 풀리는 구조다.

투자자의 시선은 결국 본업의 회복과 해외 시장의 성장이 어느 정도 수치를 달성할 것인지 여부에 쏠린다. 대규모 빚을 내어 인수한 자회사 볼파라는 미국 유방촬영 시장의 입지를 바탕으로 2025년 5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3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크게 축소됐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볼파라 영업망을 통해 판매된 루닛 제품의 연간반복매출(CARR)은 2024년 3분기 대비 2025년 말 기준 약 28배 증가하며 선행 지표의 우상향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통제와 미국 매출 확대를 교차시켜 2026년 현금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루닛 측은 "볼파라의 기존 미국 시장 내 탄탄한 고객 관계와 유통망을 활용해 Lunit INSIGHT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은 매출 확대 및 CARR 성장이라는 숫자로 증명되며 북미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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