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3년째 상업화 진입 못 한 SKC 앱솔릭스, 1공장 인증 언제 될까
상업화 목표 3년 동안 순연, 완료 시점 미정 美 보조금 3500만달러도 2공장 결정에 묶여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C가 1조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의 절반 이상을 미국 글라스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에 투입한다. 2023년부터 3년 동안이나 앱솔릭스 조지아 공장의 상업화 목표를 지키지 못한 가운데, 이번 증자금 역시 본격 양산이 아닌 고객사 인증을 완수하기 위한 운영 자금에 집중될 전망이다.
SKC가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 Inc.)에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집행 예정인 5896억원은 설비투자(CAPEX) 4726억원과 운영자금(OPEX) 1170억원으로 나뉜다. CAPEX 안에는 설비비(1026억원) 외에 시운전비(2375억원)와 제조인건비(1325억원)가 포함돼 있다. 사실상 설비비를 제외한 나머지 4870억원은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소모성 비용이다.
SKC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이번 자금이 "대규모 양산을 위한 설비 증설 목적이라기보다는 시운전 및 고객사 신뢰성 테스트를 위한 운영 자금"이라고 직접 명시했다. 앱솔릭스에는 이미 2022년 이후 4174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증자 자금을 더하면 누적 투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는데, 아직 상업 매출은 한 푼도 없다.
앱솔릭스는 SKC가 2021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글라스기판 전문 회사다. 글라스기판은 기존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던 플라스틱(유기물) 기판을 유리로 대체한 차세대 소재로, 열에 의한 변형이 적고 표면이 평탄해 AI 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의 대면적 패키징에 유리하다.
SKC가 이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공정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후공정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성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글라스기판이 차세대 패키징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SKC로서는 반도체 소재 사업의 중심축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상업화를 위한 공장 인증이 언제 끝나느냐다. 2023년 SKC는 2024년 중순 상업화를 목표로 시장에 제시했다. 조지아 공장 준공이 밀리면서 이 목표는 2025년 상반기로 조정됐고, 2025년에는 고객사 요청에 따른 모델 변경으로 샘플 제작이 다시 지연되며 2026년 내 인증 완료 목표로 또 한 번 순연됐다.
현재 앱솔릭스는 최종 검증용 샘플을 고객사에 제출해 시뮬레이션 평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상태지만, 고객사 요구사항이 디자인·소재·패키징 구조 등 다방면에서 정교해지면서 추가 기술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SKC는 투자설명서에서 "확정적인 상업화 완료 시점을 단정 짓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 차례 연속 일정이 밀린 만큼 올해 안에 인증이 완료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인증 지연이 길어질수록 다른 변수도 함께 꼬인다. 미국 상무부로부터 확보한 CHIPs법 제조 보조금 총 7500만달러 중 4000만달러는 이미 수령했지만, 잔여 3500만달러는 SKC가 미국 정부에 2공장 증설에 대한 확정적 투자 약속을 제공해야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SKC는 "현재 2공장 등 대규모 양산을 위한 추가 증설에 대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일정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1공장 인증이 안 되면 2공장을 결정할 수 없고, 2공장을 결정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SKC가 올 2월 실적발표에서 처음으로 꺼낸 카드가 투트랙 전략이다. 앱솔릭스의 원래 기술 포지셔닝은 MLCC 등 수동 소자를 기판 내부에 직접 매립하는 부품 내장형(Embedded) 일원화 방식이었다. 실리콘 인터포저 없이도 칩 간 연결이 가능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핵심 차별점이었고, SKC 스스로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방식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인증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부품을 기판 안에 넣지 않는 논임베딩(Non-embedding) 방식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임베디드 방식만으로는 빠른 상업화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임베디드 방식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글라스기판을 개발해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이고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선도적으로 상업화를 이루는 것도 앱솔릭스 목표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논임베딩까지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도가 낮은 논임베딩을 병행해 일단 매출 접점을 만들겠다는 현실적 선택이지만, 이는 대형 경쟁사들이 이미 준비 중인 영역이기도 하다. SKC는 투자설명서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기존 반도체 사업의 영업망을 갖춘 국내외 대형 전자 부품 기업들이 잇따라 글라스기판 시장 진입을 선언하고 있다"며 직접 경쟁 심화 위험을 명시했다.
결국 1조원 투자의 회수와 보조금 수령, 투트랙 전략의 성패 등 모든 요소는 1공장 고객사 인증이라는 단일 변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장은 지어졌고 샘플 피드백도 나쁘지 않지만 SKC조차도 그 인증이 언제 완료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SKC는 앱솔릭스의 글라스기판 상업화 일정과 관련해 "현재 조지아 공장에서 Good-die 제작에 성공했으며, 고객사의 신뢰성 평가를 대비하여 제품 완성도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