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자동화' 겨냥 클로봇, 두산로지스틱 인수 '승자의 저주' 올까
외형 성장·수주 기반 확보 기대... 자본잠식·현금흐름 리스크 동반 1620억 다이소 프로젝트 ‘반등 카드’... 수익성·재무 안정성은 과제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클로봇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로봇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이 물류 자동화 구축(SI) 영역까지 흡수하며 ‘턴키 자동화 사업자’로 전환하는 그림이다.
DLS는 굵직한 스마트 물류센터 시스템 구축(SI) 레퍼런스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 기술력은 있지만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클로봇이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적 자본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궁극적으로 클로봇의 리레이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클로봇은 DLS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 등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DLS는 현재 (주)두산이 지분 100%(보통주식 41만 2428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대금은 약 700억원 수준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붐(boom)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2022년 이후 DLS 영업손실이 확대되자, 두산은 지난 1월부터 인수 대상자를 물색했고 클로봇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클로봇은 자율주행 솔루션 카멜레온(CHAMELEON)과 이기종 로봇 관제 플랫폼 크롬스(CROMS)을 기반으로 로봇 솔루션 및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보다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로, RaaS(Robot as a Service) 및 관제 대상 기반 과금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통제를 받는 로봇 1대 당 과금하는 방식이다.
DLS는 물류센터 자동화 설계·구축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SI 사업자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용역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하면서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매출 인식이 이뤄지는 수주, 공사형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양사는 같은 로봇·물류자동화 영역에 있지만 기술 레이어는 엄연히 다르다. DLS가 스마트 팩토리 및 물류창고의 전반적인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클로봇은 그 안에서 돌아가는 로보틱스의 두뇌를 담당한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클로봇이 강점을 가진 로봇 소프트웨어를 DLS의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에 탑재하면서 물류센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사업자로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특히 클로봇의 관제 플랫폼(CROMS)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DLS 프로젝트에 탑재할 경우, 라이선스 매출 확대와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기대된다. 단순 프로젝트 수익을 넘어 반복 매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31일 공시된 DLS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LS 매출은 약 657억원 수준으로, 클로봇에 비해 소폭 앞서있다. 클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412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DLS는 올해 2월 아성다이소로부터 약 1620억원 규모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8년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향후 3년간 안정적인 매출 인식 기반을 제공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매출이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무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DLS의 자본총계는 약 -46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결손금은 1361억원 수준이다. 수익성도 불안하다. 지난해 DLS의 영업이익은 약 11억원으로 소폭 흑자를 유지했지만, 기타영업외비용이 약 5499억원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은 약 550억원으로 급증했다. 본업은 유지되지만 비영업 요인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다.
현금흐름 역시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325억원으로 전년(113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으며, 현금성 자산도 약 445억원에서 116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프로젝트 중심 사업 특성상 선투입 비용 부담과 현금 회수 시점 간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재무 상태는 클로봇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수 이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자와 자본잠식 구조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SI 사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3~8% 수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확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이에 대해 클로봇 관계자는 "재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며 "DLS가 국내 SI 분야에서는 워낙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고, 클로봇과 기술적인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DLS인수는 확정적으로 추진하는 단계고, 다만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인수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클로봇은 국내 사모펀드인 펙투스컴퍼니와 함께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자본 출자 및 지분 분배 등을 논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클로봇은 최근 손준배 전 LG CNS 상무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손 사장은 LG CNS에서 스마트 팩토리 및 물류 자동화 사업을 이끌었던 '디지털 전환(DX)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DLS 인수 및 손 사장 영입을 클로봇이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대규모 산업 현장의 비즈니스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