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칼럼] 주총 이틀 뒤 기습 유증… 한화솔루션, '주주 기만'의 씁쓸한 민낯

2026-03-31     최성남 기자

한화솔루션의 2조4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표 직후 이틀 만에 주가는 23%나 곤두박질치며 실망감이 주가에 그대로 표출됐다.

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활동이다. 하지만 이번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자금 조달의 목적, 결정 시기, 그리고 이사회와 최대주주의 책임 방기라는 측면에서 '도 넘은 주주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지적할 부분은 절차적 꼼수로 점철된 증자 시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6년 3월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주들은 회사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하며 99%의 찬성표를 던졌으나, 불과 이틀 뒤인 3월26일 회사는 이사회를 소집해 기존 발행주식 총수 대비 42%가 늘어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전격 결의했다.

이는 주주총회라는 공식적인 소통의 장에서 대규모 주식 가치 희석을 수반하는 유증 계획을 철저히 감춘 채 정관 변경만을 유도한 기만행위로 비판받는 지점이다. 더욱이 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2명의 독립이사(송광호, 배성호 교수)가 불과 이틀 만에 수조원대 자금 집행 내역과 미국 법인의 현금흐름 예측치를 제대로 심의하고 의결했을 리 만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정 상법이 강조하는 '이사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달 자금의 사용처를 들여다보면 주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진다. 한화솔루션은 유증으로 조달할 2조4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4899억원을 단기 차입금과 회사채 상환 등 이른바 '빚 갚기'에 쓰겠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2022년말 5조원대에서 2025년말 13조원대로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이 2022년 8263억원 적자에서 2025년 2조6725억원 적자로 극도로 악화되는 불황 속에서도,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는 미국 태양광 수직계열화 등 무모한 과잉 투자를 제지 없이 강행한 탓이다. 경영진의 오판과 무리한 확장으로 빚어진 재무 악화 청구서를 일반 주주들의 지갑을 털어 메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무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최대주주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반 주주들에게는 주가 폭락이라는 즉각적인 피눈물과 추가 자금 납입의 고통을 강요하면서, 정작 36.31%의 지분을 쥔 최대주주 ㈜한화는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자신의 청약 참여 여부와 규모를 여전히 '미확정' 상태로 남겨두고 있다. 향후 자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적 이유를 대고 있으나, 사실상 시장의 눈치를 보며 본인들의 자금 출혈 결정을 유보한 무책임한 관망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비판에 대해 한화 측은 이사회 전 충분한 사전 설명회를 거쳤으며, 투자는 이사회와 사업 대표이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핵심 계열사들에서 연이어 일반 주주의 이익이 훼손되는 거버넌스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지난해 역대급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과 맞물려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한화솔루션 유증과 관련해서 금융감독원은 '중점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당시에도 오너 일가 승계 의혹 등과 맞물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셈이다. 감독 당국은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이사회가 주주 보호를 위한 '충실 의무'를 다했는지, 과도한 빚 갚기 목적의 증자가 타당한지 매서운 잣대로 심사할 전망이다.

더불어 시장의 시선은 청약 규모를 '미확정'으로 남겨둔 최대주주 ㈜한화의 최종 결단에도 쏠려 있다. 당장의 막대한 자금 출혈을 피하고자 ㈜한화가 최소한의 참여에 그치거나 불참할 경우, 지분율은 기존 36.31%에서 25.59%로 낮아지게 된다. 이는 상법상 특별결의 거부권 마지노선인 33.3%마저 붕괴돼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권 방어라는 현실적인 필수 조건과, "자신들이 초래한 빚을 소액주주에게만 전가한다"는 금융당국과 시장의 전방위적 압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화는 내부 조율 시기를 저울질할 뿐 결국 배정 물량의 100% 전량 청약(7000억원 규모, 지분율 34.25% 확보)에 나서는 정면 돌파 시나리오를 택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회가 단지 회사나 지배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제지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진다. 주주를 성장의 동반자가 아닌, 필요할 때 손을 벌리고 위기 때 책임을 떠넘기는 대상으로 여기는 기업에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최성남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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