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지방 이전 다시 쟁점화...금융노조 "선거 앞둔 정부·정치권의 포퓰리즘"
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 구상 중 산은·기은·수은 등 금융공공기관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돼 금융노조 "이전 강행 시 10만원 조합원 전면 투쟁" 업계 "관련 법 개정없이 국책은행 이전 불가능" 이전 실효성 논란도 가열...지역균형 발전 vs 국가 경제 손실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논의를 재점화하면서 3대 국책은행(기업·산업·수출입은행)의 본점 이전을 둘러싼 갈등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이전 자체의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앞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사진이 마련된 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이전이 이뤄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2차 이전은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인구·일자리·자본을 분산해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하기 위한 구조 개혁의 일환"이라며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차 이전 때 얻은 성과와 교훈을 토대로 이전 예외 기준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대상 기관 전수조사와 지방정부 수요 파악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공공기관 중에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과 농협·수협 등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금융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배경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융노조는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강행하면 10만 조합원의 역량을 결집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고질적인 포퓰리즘이 또다시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는 국가 금융의 심장을 도려내 표와 맞바꾸려는 파렴치한 정치적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은 정보와 자본, 인재가 한 곳에 모여야 경쟁력이 생기는 산업"이라며 "정치적 이유로 금융 허브를 인위적으로 분산하는 것은 국가 금융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융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지방 이전에 강하게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정권의 핵심 정책 과제였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며 투쟁을 벌였고, 정치권·정부·산은·산은 노조의 대립이 첨예하게 빚어지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부산 이전이 실제로 추진력을 얻지 못했던 배경에는 법적 제약이 있었다"며 "산은법에 본점 소재지가 서울로 명시돼 있는 만큼, 이전 논의를 현실화하려면 국회에서 법 개정부터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 단계에서 멈췄다"고 전했다.
이어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역시 비슷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본점 소재지가 법에 명시돼 있어, 국책은행 이전 문제는 결국 입법이 선행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방 이전 논란이 재부상하면서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을 옮기는 것 자체의 실효성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전에 따른 '경제 효과'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이전 찬성론자들은 금융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균형 발전에 따른 수백조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반면 반대론자들은 지방 이전으로 각 기관의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의사결정 속도도 늦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돼 그에 따른 국가 경제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일정 수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결론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해답의 윤곽도 나오지 않은 문제를 다소 성급하게 꺼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