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라인 줌인] AACR서 'RNA 편집 기술' 발표하는 알지노믹스...적응증 확장성 눈길

PoC 지표에 쏠린 눈...기술적 입증 '초읽기' 김윤준 교수, 발표서 데이터 신뢰성 공유

2026-03-30     민보영 기자
[이미지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알지노믹스가 간세포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파이프라인 'RZ-001'의 중간 임상 결과를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구두 발표한다. 단순 파이프라인 공개를 넘어, 암세포 특이 RNA를 정상 RNA로 교체하는 RNA 편집(치환) 기술이 인체 내에서 작동 가능한지 증명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AACR에서는 기존 RNA 백신(mRNA)을 넘어 RNA 편집, RNA 간섭(RNAi) 등의 항암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가 발표된다. AACR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 중 RNA 임상 결과를 구두 발표하는 곳은 알지노믹스가 유일하다. RNA 치료제 시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단계인 만큼 알지노믹스가 차세대 RNA 기술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RNAi, mRNA, RNA 편집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알지노믹스는 특정 RNA를 정상 RNA로 교체하는 'RNA 편집' 기술을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DNA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RNA만 정상 RNA로 교체해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안정성은 높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RNA 플랫폼 기술' 가능성 시험대

기존의 RNA 간섭이나 RNA 백신이 상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RNA 편집 기술은 실제 인체 작동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약물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특정 RNA를 원하는 대로 교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가능성을 글로벌 시장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단백질 표적의 기존 치료제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인 RNA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화학합성 의약품, 항체 치료제 등 단백질 기반 약물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생성된 후에 타깃을 공격하지만, RNA 치료제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RNA를 표적으로 한다. 

기존 약물로 잡을 수 없었던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해 치료 범위를 확장하는 구조다. RNA 편집·치료 기술은 질환의 근본 원인인 유전 정보의 발현 과정을 교정해 근본 치료에 도달하거나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게 만든다.

 

RNA

 

시장 관심은 알지노믹스가 AACR에서 발표할 개념 증명(PoC) 지표에 쏠려 있다. 알지노믹스는 RZ-001가 동물이 아닌 실제 환자 몸 속에서 RNA 치환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증명하는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 기술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기술수출로 가는 발판이 마련돼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사로는 국내 소화기 내과와 간암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윤준 서울대병원 교수가 참여한다. 제약바이오 분야 한 투자자는 "대표 등 기업과 관련된 인사보다 학계 관련 인물이 데이터 객관성과 신뢰성을 글로벌 제약사에게 설득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연구자(PI)를 내세워 기술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술 수출에 성공했던 유한양행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외 핵심 교수진이 메인 연사로 나섰다.

RZ-001, 교모세포종·원발성 간암 적응증

알지노믹스는 현재 신약개발 타깃 선정부터 물질 최적화, 비임상·임상시험까지의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친 체계적인 개발로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진행하고 있다. AACR에서 발표하는 RZ-001은 암에서 과발현하는 RNA를 표적으로 해 발현을 낮추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RNA로 치환해 항암 효과를 유도한다. 적응증은 뇌종양(교모세포종), 간암(원발성 간암) 등이다.

알지노믹스는 교모세포종의 기존 표준 치료제 '테모달((Temodar)' 내성이 생긴 환자 암세포를 쥐에게 이식해 약을 많이 쓸수록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국가 공인 시험 기관(GLP)에서 독성 시험을 마쳐 사람에게 써도 안전하다는 기초 데이터도 확보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등 기술 시급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에서 임상 1상을 마친 후 미국에서 2a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에서 포스터 발표를 마쳤다. 현재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RZ-001의 안전성 내약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제1상 임상시험을 국가신약개발재단 수행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신약

 

원발성 간암 치료제로서 RZ-001는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서 효능을 인정받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 1b/2a상을 승인받았다.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게 만드는 '텔로머라제(Telomerase)' 물질의 mRNA를 표적으로 한다. 폐암, 췌장암 등 모든 종류에 포함된 텔로머라제 특성상 간암에서 성공하면 다른 암으로 적응증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로슈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투여 1차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반응률은 20~30%에 그친다. RZ-001와 병용투여하면 반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글로벌 제약기업과 면역항암제 무상공급 계약을, 2024년 셀트리온과 표적항암제 무상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텔로머라제 발현 암종을 대상으로 한 적응증 확장 국책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는 원형 RNA와 고분자 화합물을 결합해 정맥 주사로 투여했을 때 비장 내 T세포에 전달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RNA 편집 기술과 별개의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알지노믹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원형 RNA가 체내에서 직접 T세포를 형질 전환하는 '인비보(In vivo) CAR-T' 플랫폼으로의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인 복잡한 제조 공정과 높은 비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