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1위 품으려 2위 내놓은 ‘초강수’…어피니티·롯데 딜, 왜 무너졌나

공정위 벽에 막힌 ‘1·2위 결합’ 시나리오…꼼수 논란·책임론·재무 부담까지 후폭풍 “1위 위해 2위 버린다”…초대형 승부수의 시작 공정위 “경쟁 제한 우려”…결국 불허 ‘SK렌터카 매각 카드’…꼼수 논란 속 무산 ‘버거킹재팬 대박’ 직후 ‘롯데렌탈 참사’…엇갈린 성적표 책임론 직격탄…민병철 대표 사실상 퇴진 롯데는 ‘돈줄’ 막혔다…재무 부담 현실화 “이제는 정석만 통한다”…PEF 투자 문법 변화

2026-03-27     한순구 기자
어피니티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1위 위해 2위 버린다”…초대형 승부수의 시작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24년 8월 SK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곧바로 업계 1위 롯데렌탈 인수에 나섰다.

불과 반년 사이 두 건의 ‘빅딜’을 연속으로 추진한 배경에는 명확한 전략이 있었다.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를 동시에 확보해 단숨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롯데렌탈(20.2%)과 SK렌터카(15.2%)를 합칠 경우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된다.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시너지 기대도 컸다. 롯데렌탈은 차량 렌털뿐 아니라 리스·할부금융·비즈니스 렌털까지 포트폴리오가 넓고, 어피니티가 보유한 MRO 기업과의 결합 가능성도 거론됐다.

투자를 주도한 민병철 대표는 과거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 경험까지 갖춘 ‘렌터카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이번 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정위 “경쟁 제한 우려”…결국 불허

그러나 결정적 변수는 규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 사업자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렌터카는 플랫폼과 달리 지역·차량·가격 경쟁이 명확한 산업이라 점유율 결합이 곧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된다”며 “공정위 입장에서는 막을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어피니티와 롯데 내부에서도 사전 단계부터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거래를 강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과도한 낙관론’이었다는 평가다.

 

‘SK렌터카 매각 카드’…꼼수 논란 속 무산

딜이 막히자 어피니티는 전략을 바꿨다. 이미 인수한 SK렌터카를 매각해서라도 롯데렌탈을 확보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사모펀드가 인수 1년여 만에 회사를 다시 매물로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만큼 1위 사업자 확보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

실제 내부에서는 공정위가 ‘SK렌터카 매각 조건’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는 과거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받은 사례와 유사한 구조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어피니티 본사 투자심의위원회(IC)가 SK렌터카 매각 방안을 부결하면서다.

홍콩 본사 관계자는 “고가에 인수한 자산을 단기간에 처분하는 것은 투자 원칙과 맞지 않는다”며 “손실 가능성이 큰 거래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규제를 사후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와 함께 ‘꼼수 논란’까지 불거졌다.

 

‘버거킹재팬 대박’ 직후 ‘롯데렌탈 참사’…엇갈린 성적표

아이러니하게도 어피니티는 같은 시기 전혀 다른 성과를 냈다. 일본 버거킹재팬을 약 7500억원에 골드만삭스에 매각하며 약 5.8배 수익을 기록했다.

매출 290배 성장, 매장 수 300개 이상 확대라는 극적인 밸류업 성과는 글로벌 PEF 업계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규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운영 개선 중심의 투자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규제 산업에서의 M&A 구조 설계에서는 판단 미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책임론 직격탄…민병철 대표 사실상 퇴진

결국 이번 딜 실패는 인사로 이어졌다. 민병철 대표는 업무에서 배제되며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어피니티 내부 관계자는 “롯데렌탈 딜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고, 비용 집행 문제까지 함께 점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포트폴리오 회사에 청구된 고액 비용 문제도 내부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근 사모펀드 업계의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딜 성사 자체가 성과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규제 리스크 관리 실패도 중대한 책임으로 이어진다.

 

롯데는 ‘돈줄’ 막혔다…재무 부담 현실화

가장 큰 타격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되면서 약 1조6000억원의 현금 유입이 사라졌고, 5조원이 넘는 부채도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특히 호텔롯데는 단기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핵심 자산 매각이 지연되며 재무 압박이 커지고 있다.

롯데 내부 관계자는 “이미 매각을 전제로 자금 운용 계획을 짜놨는데 거래가 멈추면서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다”며 “재매각을 하더라도 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석만 통한다”…PEF 투자 문법 변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별 딜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 업계 전반의 변화를 상징한다.

저금리 시대에는 통했던 ‘볼트온 전략(동종업계 추가 인수)’이 규제 강화와 시장 포화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까지 겹치면서 무리한 레버리지 기반 딜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 임원은 “이제는 구조를 꼬아서 성사시키는 딜보다 규제와 시장 논리를 모두 충족하는 ‘정석 투자’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