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공무원 배제”…집값 안정 정책에 전세부터 말랐다

갱신계약 50% 돌파·전월세 물건 한 달 새 10%↓…임대시장 ‘잠김 현상’ 확산 과장급까지 배제 검토…“정책 신뢰 높인다”는 정부 전월세 시장 ‘갱신 쏠림’…절반이 재계약 전세·월세 동반 감소…“물건 자체가 없다” 전셋값 상승 지속…외곽 중심으로 상승폭 확대 월세 전환 가속…비중 52.5%까지 상승 “정책·규제 영향” vs “시장 요인 복합”…해석은 엇갈려 정책 신호와 시장 반응…“괴리 커질 수도” “집값과 전월세, 다른 방향 움직이는 시장”

2026-03-27     한순구 기자
강남3구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다주택 공무원을 정책 라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는 매물 감소와 갱신계약 급증 등 이례적인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정책 신호와 시장 흐름 사이의 괴리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는 분위기다.

 

과장급까지 배제 검토…“정책 신뢰 높인다”는 정부

청와대는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다주택자 및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 공무원을 부동산 정책 입안 과정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상은 장·차관뿐 아니라 과장급 실무자까지 포함되며, 최소 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정책 전반에 걸쳐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일부 참모진은 다주택 처분에 나선 상태다. 다만 정책 실무 라인까지 폭넓게 포함하는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월세 시장 ‘갱신 쏠림’…절반이 재계약

시장에서는 이미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중은 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41.2%)보다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에는 갱신 비중이 51.8%로 신규 계약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41.93%였던 갱신 비중은 12월 43.22%, 올해 1월 45.9%, 2월 49%를 거쳐 꾸준히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랑구는 70.5%로 가장 높았고, 영등포구 62.7%, 강동구 59.9%, 성북구 59.5%, 마포구 57.9% 등 주요 지역에서 50%를 크게 웃돌았다. 강남구(55.8%), 서초·송파구(55.7%) 역시 절반을 넘겼다.

갱신계약 증가와 함께 ‘눌러앉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월세 동반 감소…“물건 자체가 없다”

갱신계약 증가는 곧 신규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매물은 3만2469건으로 한 달 전(3만6090건)보다 10.1% 감소했다.

특히 외곽 지역 감소폭이 컸다. 중랑구는 38.9%, 구로구 34.4%, 금천구 32.4%, 노원구 31.3%, 강북구 26.2% 줄었다.

현장에서는 ‘매물 0건’ 사례도 나타난다. 금천구 시흥동 벽산5단지(2800여 가구)는 전월세 물건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구로구와 성북구 일대 대단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매매로 돌아서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은 나오자마자 사라진다”며 “대기자만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 지속…외곽 중심으로 상승폭 확대

가격도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 상승해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성북구(0.26%), 강북구(0.24%), 노원구(0.20%), 은평구(0.17%)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다.

전국적으로도 전셋값은 0.1% 상승하며 오름폭이 커졌고, 상승 지역은 181개 시·군·구 중 155곳으로 늘었다.

 

월세 전환 가속…비중 52.5%까지 상승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국토부 통계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47.9%로 상승했고,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52.5%까지 확대됐다.

월세 가격 역시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약 151만 원으로 1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

전세대출 규제와 보증금 부담 증가로 전세 수요 일부가 월세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책·규제 영향” vs “시장 요인 복합”…해석은 엇갈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전세대출 규제, 임대차 제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단순한 입주 물량 감소와 금리 환경 변화 영향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갱신계약 증가 → 매물 감소 →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정책 신호와 시장 반응…“괴리 커질 수도”

다주택 공무원 배제 검토는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방향 자체보다 시장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임대 공급 위축과 맞물릴 경우 시장 경직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과 전월세, 다른 방향 움직이는 시장”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격 안정 흐름과 달리 임대차 시장에서는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정책·금융·공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