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신화’의 몰락…금양, 수조원 개미 돈 허공으로
‘이차전지’ 한마디에 24만 개미 몰렸다 신뢰 붕괴…무너진 ‘성장 스토리’ 수조원 증발…서민 투자금 직격탄 상폐 현실화 땐 ‘사실상 전액 손실’ 처벌은 별개 문제…“망했다고 감옥 가는 건 아니다” 소송 가능하지만…“돌려받기 쉽지 않다” 반복되는 테마주 비극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한때 ‘부산의 기적’으로 불리던 이차전지 테마주 금양이 상장폐지 기로에 몰렸다. 시가총액 9조원을 넘나들며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기업은 불과 2년 만에 ‘수조원 증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서민 투자자들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이차전지’ 한마디에 24만 개미 몰렸다
금양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전기차 열풍과 함께 불붙은 이차전지 투자 광풍이 있었다. 회사는 부산 기장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고, 이 같은 성장 스토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를 자극했다.
주가는 빠르게 치솟았다. 한때 시가총액은 9조원에 육박했고, 개인투자자만 24만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지분은 전체의 65%에 달했다. 사실상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개인 자금이 떠받친 구조였다.
신뢰 붕괴…무너진 ‘성장 스토리’
하지만 균열은 생각보다 빨리 시작됐다. 금양은 2024년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돌연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불성실공시 논란에 휘말렸다. 이어 외부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했다.
이후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자금 조달을 위해 다시 추진한 유상증자는 납입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되며 시장 신뢰를 잃었고, 금융기관으로부터는 1000억원이 넘는 대여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공장 부지마저 강제 경매 위기에 놓이면서, 당초 내세웠던 배터리 사업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성장 스토리’로 유지되던 주가는 재무 위기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수조원 증발…서민 투자금 직격탄
가장 큰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금양이 정점에 있었던 시기, 개인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5조~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재 이들의 보유 가치는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약 4조~5조원이 시장에서 증발한 셈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은퇴자 자금이나 대출을 끌어다 투자한 개인 자금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체보다 기대감에 베팅한 대가를 결국 개인들이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폐 현실화 땐 ‘사실상 전액 손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금양은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개선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 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주식 거래는 사실상 막히고 투자금 회수도 극히 제한된다. 일부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지더라도 주가는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전액 손실에 가까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처벌은 별개 문제…“망했다고 감옥 가는 건 아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 책임론과 함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오지만, 현실은 다소 다르다. 단순한 경영 실패나 사업 차질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사기나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과 같은 고의적 불법 행위가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은 유상증자 지연, 감사 의견거절, 자금난 등 경영 문제에 가까워, 명확한 불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투자 유치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있었거나 주가 부양을 위한 인위적 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소송 가능하지만…“돌려받기 쉽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향후 집단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유상증자 과정이나 공시 내용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투자자가 손해와 기업의 위법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설령 승소하더라도 회사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배상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법적 대응이 가능하더라도 투자금 대부분을 되돌려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복되는 테마주 비극
금양 사태는 이차전지 열풍이 남긴 또 하나의 그림자로 평가된다. 특정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되며 주가가 급등하고, 이후 실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의 실제 수익 구조보다 미래 기대에만 의존한 투자 문화가 이어지는 한, 제2의 금양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