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호 출항] '사업형 지주사 전환' 카드…암초 뚫고 밸류업 이끌까
사업형 지주사 전환 통해 AI·클라우드 가치 부각 기대 금융 계열사 규제·지배구조 변수 속 단계적 개편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KT가 박윤영 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사업형 지주회사 전환 이슈다 재차 점화되는 모양새다. 박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는 일종의 공약으로 사업형 지주사 전환 카드를 띄운 바 있다. AI·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KT 기업집단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박윤영 후보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KT 이사회는 박 후보자에 대해 “KT의 주요 사업과 기술 전반을 폭넓게 경험해 온 인물로, 경영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며 “밸류업(Value-up) 추진 의지가 KT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리더로 유력한 박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가 B2B·AI 중심의 사업 재편을 강조해온 만큼, 이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사업형 지주회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박 후보자는 대표이사 면접 과정에서 “KT를 사업형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해 전문성과 성장성을 극대화하겠다”며 “도메인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자율적이고 민첩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지주사 전환은 핵심 사업을 자회사 단위로 분리하고, 지주회사가 이를 지배·관리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업별 전문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각 사업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는 평가다.
KT는 이미 클라우드와 미디어 등 주요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여전히 통신 중심의 단일 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은 사업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이른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6~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신 중심 사업 구조가 밸류에이션의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AI·클라우드 등 성장 사업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T는 KT클라우드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연간 매출 99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4% 성장했다. 2022년 분사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업 가치가 현 체제에서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업형 지주사 운영 체계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법적 지주회사 전환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BC카드와 케이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재편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최근 KT를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과 주요 주주의 영향력 확대 등 정계·시장 환경 역시 변수다.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규모 구조 개편은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사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박 후보자는 취임 이후 KT를 법적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보다는, 사업별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지주형 운영 체계’를 우선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KT 관계자는 “박 후보의 취임 후 계획과 시장 평가에 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면서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작년부터 4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 중"이라 전했다. 이어 "올해도 2월부터 8월까지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