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증권사, 몸집 불리기 속도...'모험자본' 공급 확대
NH투자·KB·우리투자증권 등 몸집 불리기 나서 지주 네트워크 연계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 시장 불확실성 돌파구는 ‘자본력’...IB지형 재편 예고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강화’ 기조 아래 증권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고 생산적 금융 확대를 뒷받침할 핵심 경쟁력으로 자본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2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지주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본 확충이 잇따르며 업계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하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를 획득했으며, KB증권 역시 약 10년 만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단숨에 몸집을 키웠다.
NH투자증권은 IMA인가를 바탕으로 이를 기반으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와의 연계를 강화해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결합한 통합 모델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과 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기업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를 개인 투자자 대상 상품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8조원 규모의 자본력이 조달 금리 경쟁력과 대형 딜 수행 능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 보통주 3333만3333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방식의 증자를 결정했으며, 발행가는 주당 2만1000원으로 총 6999억9999만원을 조달했다.
KB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에 발맞춰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자본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내실 중심의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본 효율성이 높은 영역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해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RoRW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동시에 개선하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균형 있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기반 서비스 고도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역량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 등 미래 사업 대응력 강화에도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다. 발행어음 등 기존 인가 사업은 리스크 관리 원칙 하에 운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해 자금 운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강진두·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수익 구조 전환과 사업 영역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질적 성장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증권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회장 2기 체제를 맞은 우리금융지주 역시 우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02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내년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우선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단기간 내 자기자본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3조원 이상을 확보해 초대형 IB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까지 염두에 둔 이러한 전략은 취약했던 증권업 기반을 보완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체질을 완성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곽성민 우리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 초대형 IB로 육성하기 위해 증자 추진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자기자본 규모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투사 라이선스 신청과 인가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지주계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대형 딜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 여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자본 확충을 자극하고 있다.
지주계 증권사는 구조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은행 등 계열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업금융(CIB)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대형 거래를 수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본 확충 경쟁이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지주계 증권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면서 기존 초대형 IB 중심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가 증자의 핵심”이라면서 "업황과 맞물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