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교실에서 죽어라” 후진적 유치원 노동 환경에...20대 청년 교사 사망
'대체인력 확충, 법적감염병 확진 교사 병가' 제도 10년째 부재한 상황에서...20대 유치원 교사 사망 "지난 윤석열 정권부터 현 정권까지 변한게 없다"...주요 교원단체 제도 개선 촉구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40도 고열에 시달리던 유치원 교사가 3일간 출근을 지시받고 일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해당 사건 이전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독감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를 계속 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유치원 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26세 유치원 교사가 독감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대체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40도 고열에도 일하던 해당 교사는 친구들에게 SNS를 통해 “열이 안떨어져 눈물이 난다”고 말하면서도 일할 수 밖에 없었다.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독감 속에서 일하던 고인은 31일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2월 14일 사망했다. 해당 사건은 약 1달간 알려지지 못했다가, 유가족과 사망 교사의 친구들을 주도로 한 공론화, 진상조사 요구가 뒤늦게 퍼지며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등 성향을 막론한 교원 단체, 노동조합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한편, 법정 감염병 확진 시에도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교총의 강주호 회장은 “최근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교사가 독감 확진 속에서도 교실을 지키다 끝내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단에 섰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모든 학교급이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유치원은 규모가 작음에 따라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그 공백을 메울 인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기에, 교육당국은 지원 체계를 면밀히 조사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고인의 헌신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고인의 비극에 애도를 보낸다”며 “대체 인력 없는 현실에 가로막혀 사흘간 교실을 지켜야만 했다. ‘열이 안 떨어져 눈물이 난다’던 고인의 절규는, 아파도 눈치를 보며 출근을 강요당하는 대한민국 유아교육 현장의 처참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파도 교실에서 죽어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공·사립 유치원의 비정한 현실을 즉각 개선할 것을 교육 당국에 엄중히 요구한다“며 교육당국을 규탄하기도 했다.
”감염병 확진에도 출근하는 교사...교사도 어린이도 위험 처해“, ”부천 사망 유치원 교사 직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주요 교원단체 모두 법정 감염병 확진 시에도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변인단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치원 교사나 어린이집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대체 인력 제도가 없으니까 이제 ‘내가 빠지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라는 사회적 압력이 생긴다. 이런일이 지속되면 교사도 어린이도 건강 문제에 직면한다“며 ”대체인력의 확충을 명문화한 법의 필요성을 전교조는 10년 전부터 주장을 해왔으나 이게 제도적으로 안착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공립유치원 교사의 직무분석에 따른 교사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유치원 교사는 8개의 영역에서 188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교사 1인이 유아학비·안전·인력관리, 심지어 통학버스 노선까지 관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립, 병설 유치원의 경우 각 지역 교육청이 정원 배치 기준을 결정하지만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아예 인력 기준과 관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이미 지난 윤석열 정권 시절부터 유치원, 보육교사들의 인력 충원과 대체교사 확충 요구가 존재해왔지만 당시 정권은 이를 묵살해왔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지의 과로사 교사 유족, 악성 민원으로 인해 사망한 교사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으나, 정작 정권을 잡은 이후 실질적인 교사 과로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편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주요 교원단체와 시민사회는 <녹색경제신문>에 "빠른 시일 내에 부천에서 사망한 유치원 교사의 직무상 재해 인정과 법정 전염병 확진 시 의무적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 대체인력 확충 요구를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