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리더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 "전기로 강점 살린 지속가능한 철강 기술 혁신 지속"

안전보건·윤리경영·온실가스 저감 '3대 중대 이슈' 집중 관리 저탄소 인증 전제품 취득 및 Scope3 검증 추진으로 공시 대응 고도화

2026-03-30     정창현 기자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최삼영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ESG는 이제 단순한 경영 프레임워크가 아닌, 동국제강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성장을 이끄는 실행의 중심입니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가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EO 메시지에서 밝힌 내용이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2024년을 회고하며,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과 ESG 공시 의무화의 가속화를 언급한 뒤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철강 산업 역시 더 이상 기존 방식의 연장선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진단 아래, 동국제강이 선택한 방향은 수세적 규제 대응이 아닌 선제적 ESG 경쟁력 구축이었다. 그 의지는 숫자로 이미 증명됐다.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1% 감축된 130만tCO2eq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철강사 최초로 전 제품 저탄소 인증을 취득했다.

최 대표가 "ESG를 단순한 대응이 아닌, 변화에 앞서 나가기 위한 경쟁력의 중심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실질 과금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탄소 비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리스크가 아니다.

동국제강은 이에 대응해 2023년부터 CBAM 전사 TF를 운영하며 수출 제품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 수집 체계를 갖춰왔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CDP(탄소공개정보 프로젝트)에 참여해 B등급을 획득했다. 같은 해 내부 탄소가격(1만3000원/tCO2eq)을 도입해 저탄소 투자 결정에 탄소 비용을 직접 반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 맥락의 연장선이다. 눈앞의 규제를 좇는 게 아니라, 이미 그 너머를 보고 준비해온 셈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는 탄탄한 ESG경영 위에서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탄소 저감을 위한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 폐열 발전을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친환경 인증 확대 등 철강 산업 전환기에 핵심이 되는 과제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가 직접 꼽은 세 가지 핵심 과제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이퍼 전기로(Hyper EAF)다.

2023년 정부 국책과제로 착수한 이 차세대 전기로 기술은 기존 전기로 대비 통전 시간을 5분 이상 단축해 전력 원단위와 LNG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 작성 시점 기준으로 스크랩 용해율 모니터링 시작품과 배가스 분석기 시작품 설치를 완료하며 기술 구체화 단계에 진입했고, 탄소 저감형 열원재 투입 장치도 지난해 상반기 설치를 마쳤다. 중앙기술연구소장 김영환 박사는 "상용화되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도 철강산업 전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인증 확대라는 과제 역시 최 대표의 말처럼 속도를 내고 있다. GR 인증을 시작으로 2024년 국내외 EPD(환경성적표지) 인증을 취득하고, 지난해에는 국내 철강사 최초로 전 제품 저탄소 인증을 획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공급망 탈탄소를 요구하는 흐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저탄소 인증 제품은 수출 시장에서의 실질적 진입 장벽을 넘는 통행증이 된다.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을 전 사업장에 적용하고, 인천공장이 전기로 예열 향상과 집진설비 가변 운전 개선만으로 약 7000MWh 전력을 절감한 것도 이 흐름의 일환이다.

탄소 감축만큼이나 최 대표가 강조하는 것이 안전이다. 동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최적화된 안전보건통합 전산시스템 'D-SaFe(디세이프)'를 구축했다. 기존에 5개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던 안전작업허가·위험성평가·TBM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한 D-SaFe는 안전담당 사무직의 업무 부담을 25%, 생산직의 업무 부담을 48% 줄였다. 수급사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안전보건 서류를 작성·제출할 수 있게 된 것도 변화다. 올해는 D-SaFe 내 교육 모듈을 강화해 회원가입 단계부터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수급업체 맞춤형 안전보건 정보 제공 체계도 확충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최 대표는 '글로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신뢰의 기반은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이다. 공정거래법 제정일인 4월 1일을 '동국제강그룹 준법 Day'로 지정하고 2024년 제1회 행사를 개최했으며, 준법 퀴즈(302명 참여)와 슬로건 공모(155명 참여) 등 임직원 자발적 참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공급사 윤리실천특별약관 100% 체결, 임직원 전원 윤리서약 서명도 뒤따랐다. 지난해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안전환경 부서까지 포함한 전사 법률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을 완료했으며, 올해부터는 준법관리조직 28개 부서를 대상으로 준법 리스크 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전기로의 강점을 살린 지속가능한 철강 기술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는 최 대표의 다짐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도 구체화되고 있다. 2021년 론칭한 온라인 철강 쇼핑몰 스틸샵은 2024년 판매량 12만톤을 기록하며 2022년 대비 273% 성장했다. 회원사의 91%가 동국제강과 거래 이력이 없는 신규 고객이라는 점은 시장 저변 확대 효과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구매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긍정 평가를 했으며, 7일 단납기 서비스가 높은 만족도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2024년 10월에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철스크랩 구매 플랫폼 스크랩샵도 론칭했다. 철의 순환자원 생태계를 원료 조달 단계부터 디지털로 연결하는 이 플랫폼은, "순환 자원으로서 철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Steel for Green' 비전을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한 사업이다.

최삼영 대표가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동국제강은 고부가 특수강 제품으로도 글로벌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2020년 개발에 착수해 국내 최초 상업 판매에 성공한 클래드 후판 'DKLAD'는 탄소강 위에 내식 소재를 열간압연으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해양플랜트·발전설비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2024년에는 중동 지역 대형 가스전 프로젝트에 966톤을 공급했으며, 지난해 'DK'와 'CLAD'를 결합한 'DKLAD'로 브랜딩을 완료하고 압력 탱크·클래드 파이프용 소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 대비 2~4개월이라는 짧은 납기가 핵심 무기다.

공장 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 3.0이 최 대표의 ESG 비전을 현장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2018년 설비 자동화(SF 1.0)로 출발해 공정 지능화(SF 2.0)를 거쳐, 현재는 공정 통합형 최적화(SF 3.0) 단계를 이행 중이다. 인천공장에 도입한 철근 샘플링 로봇은 고온·위험 환경에서의 작업자 노출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지난해 구축한 포항공장 물류 AI 시스템은 납품 요청 접수부터 상차 지시서 작성까지 AI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해 출하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현재 디지털 트윈 기반 재고 관리 자동화와 LLM 융합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를 전 사업장으로 확산해 에너지 최적화와 탄소 저감에도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창립 70주년을 넘어, 동국제강은 지속가능한 철강기업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습니다." 최삼영 대표가 보고서 마지막 문장에 담은 다짐이다. 배출권 규제가 강화되고 공급망 탈탄소 압력이 교차하는 2026년, '철은 순환한다'는 철학을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동국제강의 행보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