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62% 등에 업고…최고가격제 이어 압수수색까지, ‘유가 통제’ 전면전
대통령 발언 6일 만에 4대 정유사 강제수사 1분기 최대 5000억대 이익 전망 속 “시장 개입 과도” 논란 업계 “국제유가 반영일 뿐”…담합 의혹은 선 긋기 최고가격제 이어 압수수색…“정책 넘어 수사까지” 비판 3월 16~20일 조사 지지율 62.2%…강경 대응에도 상승세 ‘유가 안정’ vs ‘정치 수사’…시험대 오른 정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검찰이 국내 4대 정유사를 상대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고유가 대응을 둘러싼 정부 정책이 가격 통제를 넘어 형사 수사 단계로까지 확대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정유업계를 공개적으로 겨냥한 지 불과 6일 만에 강제수사가 이뤄지면서, 시장 개입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3일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자료와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유가 상승 과정에서 담합이나 가격 교란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하라”며 정유업계를 공개 비판했고, 법무부는 다음 날인 18일 담합 행위를 ‘반사회적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1분기 영업이익 4000억~5000억 전망…정제마진 ‘초강세’
최근 정유업계 수익성은 다시 빠르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기준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SK이노베이션이 약 4491억 원, S-OIL이 약 4064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정유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증권은 S-OIL의 1분기 영업이익을 5958억 원으로 전망하며, 대부분의 이익이 정유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 배경에는 정제마진 급등이 있다. 정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최근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라는 평가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고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경우 정유사 실적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국제유가 반영일 뿐”…담합 의혹은 선 긋기
정유업계는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석유 제품 가격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결과”라며 “정부에 가격 변동을 수시로 보고하는 구조상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유 수급 불안과 정제마진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상분만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유가 상승세는 다소 진정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49.1원, 경유는 1971.2원으로 각각 소폭 하락했다. 중동 사태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가격제 이어 압수수색…“정책 넘어 수사까지” 비판
정부는 이미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가격 통제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개입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유 가격은 국제 시장에 연동되는 구조인데, 국내 기업 압박만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사까지 병행하는 것은 정책 신호가 과도하게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계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대학 경제학 교수는 “담합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부터 진행되는 것은 정책 의도가 수사를 앞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시장 신뢰 훼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3월 16~20일 조사 지지율 62.2%…강경 대응에도 상승세
이 같은 강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2%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9%포인트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세다.
리얼미터는 고유가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석유 최고가격제, 차량 5부제 검토 등 선제적 대응이 긍정 평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학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강한 개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위기 대응형 리더십’이 작동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가격 통제와 수사 동원이 결합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가 안정’ vs ‘정치 수사’…시험대 오른 정부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공정거래 수사를 넘어 정부의 시장 개입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제마진 급등으로 정유사 수익성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유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시장 자율성 사이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담합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정부 대응의 정당성이 강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명확한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 국면 속에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