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두 개 리그로 쪼갠다...승강제 도입에 시장 ‘갑론을박’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을 두 개의 리그로 나누는 이원화 체제 개편을 본격 추진한다. 우량 기업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을 육성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유동성 위축과 ‘2부 리그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단일 구조인 코스닥 시장을 기업 규모와 지배구조,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상·하위 리그로 구분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정상화’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개편안을 보고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번 개편안은 2022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가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 시장으로 재편한 사례와 유사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은 프리미엄 리그에 편입해 글로벌 기관 자금을 유치하고, 하위 리그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과 초기 성장 기업 중심의 인큐베이팅 시장으로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세그먼트 간 승강제를 도입해 기업의 성장 유인을 높이고 시장 역동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엄 리그에는 엄격한 진입·유지 요건을 적용하고, 영문 공시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프리미엄 리그 대표 기업 중심의 신규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 도입을 통해 투자 기반 확대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해 혁신 기업의 상장 사다리를 보강한다. 반면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모회사와 자산·수익 구조가 중복되는 경우 상장을 제한해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 자본시장 ‘프리미엄화’로 가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부실기업 퇴출을 가속화할 경우 시장 신뢰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며 “2026년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기존 50개 수준에서 최대 150개 내외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저PBR 기업 리스트 공표 등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저평가 기업들의 체질 개선 압박이 지속될 것이며, 투자 측면에서는 PBR 1배 미만 종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코스닥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이 이원화될 경우 자금이 상위 리그로 집중되면서 하위 리그의 거래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수 구성 과정에서 하위 리그 종목을 대거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2부 리그 기업들은 구조적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급제’ 도입에 따른 낙인 효과도 핵심 쟁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부 리그 소속이라는 사실 자체가 기업 신인도를 훼손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시 요구 금리가 상위 리그 기업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특례 상장사가 하위 리그에 집중될 경우 해당 시장이 ‘부실 기업 집합소’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코스닥 전체에 대한 투자 신뢰 저하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 수급 문제도 문제”라면서 “시장 이원화로 자금이 상위 리그에 집중될 경우 하위 리그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