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도 가격 인상 길도 막혔다…식품업계 ‘진퇴양난’

정부, 가격 담합·인상 조사 강화…“물가 잡기 총력전” 고유가·고환율에 수입 원가 급등…수익성 ‘이중 압박’ 가격 못 올리고 비용만 상승…업계 “버티기 한계”

2026-03-18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정부의 강도 높은 물가 통제 기조와 글로벌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가격을 올리자니 규제 리스크가 부담이고, 동결하자니 원가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전반에선 “버틸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최근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식품·유통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식품 기업의 가격 결정 구조와 원가 내역을 들여다보는 등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과정에서의 담합 여부나 부당 인상 가능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점검 수준을 넘어 사실상 ‘가격 인상 억제’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위반 시 과징금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 환경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영향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두바이유 가격이 한 달 새 10% 이상 급등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뛰었고, 이는 향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순차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이 식품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밀, 설탕, 팜유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유가 상승은 포장재 가격과 물류비까지 끌어올리며 전방위적인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정부 기조에 맞춰 라면, 제빵, 식용유 등 주요 품목 가격을 최근 인하한 상황에서 재인상에 나설 경우 정책 리스크는 물론 소비 위축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핵심 제품 가격은 유지한 채 주변 제품만 선별적으로 인하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어 전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두고 “비용은 오르는데 가격은 묶인 전형적인 수익성 압박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향후 원재료 계약 갱신 시점이 도래하면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원가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지금은 정부 기조와 시장 상황을 모두 고려해 버티고 있는 단계”라며 “원가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당장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