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줌업] '개정상법' 파고 앞둔 한미약품, 지배주주 방어벽 높인다
황상연 대표 내정...재무 전문가로 자본시장과 소통 감사위원 2인 '분리선출' 정관 변경해 개정상법 대응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한미약품이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개정상법의 파고를 넘기 위해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한 방어벽 구축에 나선다. 황상연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의무 인원을 2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포함하면서다.
이번 주주총회에 올리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 1명(채이배)을 포함하면 한미약품의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총 2명이 된다. 제도가 시행되는 9월에 앞서 선제적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확보해 두겠다는 취지다.
한미약품은 서울시 송파구 소재 본사에서 제1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의결권 대리행사 ▲이사 수 및 보선 ▲감사위원회 구성 ▲황상연·김나영 사내이사 선임 ▲한태준·김태윤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자사주 보유 및 처분계획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16일 공시했다.
눈에 띄는 안건은 경영진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재편에 관한 내용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주총에서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역임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CEO) 영입이다.
임성기 회장 사후 상속세 재원 마련과 가족 간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경영관리에 정통한 황 내정자의 등판은 지배구조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대표 선임에 대해 "투자 자문, 경영 관리 전문가인 인사를 배치해 자본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며 "한미약품에서 지속 중인 경영권 분쟁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사회에서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개정상법은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안이 시행되는 9월 10일 전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감사위원을 최소 2인 이상 확보해야 한다.
2025년 별도 기준 한미약품의 자산총계는 약 1조4655억원이지만, 연결 기준으로 2조원을 넘는만큼 올 하반기 개정 상법이 시행될 시기에 맞춰 지배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복수의 증권가 리포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올해 예상 자산총계는 연결 기준 2조451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상정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적용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하도록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법적 요건 충족을 위한 쇄신의 성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임되는 감사위원은 채이배 후보 1명이다.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한 뒤 1명씩 선출되는 분리선출을 거치는 방식이다. 채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첫 투표 단계부터 대주주 의결권이 3%로 묶이기에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제4호 의안으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이영구 선임의 건'을 상정하고 원안대로 승인했다. 한미약품 측은 이영구 이사에 대해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출된 감사위원"이라며 "채이배 후보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총 2명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주총회에 위원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태윤 사외이사는 이사 선임 후 감사로 임명되는 '일괄 선출' 방식으로 선임된다.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 없이 김 후보를 사외이사로 만든 뒤,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때 '3% 룰'을 적용하는 순서다. 이렇게 선임된 감사위원은 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한층 더 수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 23일부터 '합산 3% 룰'이 전면 시행되면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크게 약화된다"며 "이번 3월 주총이 개별 3% 룰이 적용되는 마지막 기회"라며 "지배주주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키려는 기업의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 명칭을 상법 개정 취지에 맞춰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중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사 수는 기존 상한선인 10명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인사와 검증된 전문가를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방향으로 개정상법에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