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이명박의 벗, 이병철의 ‘그림자’… 천신일 회장 영면

천신일 세중 대표이사 회장 17일 별세... 향년 84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61학번 동기로 각별한 사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사이 돈독 대한 레슬링협회 활동·우리옛돌박물관 이사장 활동 등 체육·예술계에도 큰 기여

2026-03-18     유자인 기자
[사진=고(故)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천신일 세중 대표이사 회장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84세다. 

1943년 9월 11일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난 천신일 회장은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61학번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1965년 졸업했다. 육군 소위(ROTC)로 임관해 군복무를 마친 후 1968년 윤천주 국회의원 및 문교부장관의 비서관으로 일하고, 1974년 동양철관공업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1974년 제철화학을, 1976년 태화유운을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82년 세중을 설립해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1987년에는 세중엔지니어링을, 1993년에는 세중정보기술을, 2000년에는 세중컨설팅을, 2002년에는 세중컨설팅을 설립했다. 2006년 7월 나모 웹에디터를 만들었던 나모 인터랙티브를 합병해, ㈜세중나모여행으로 회사명을 변경했고, 2011년 7월 (주)세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61학번 동기이면서, 6·3 동지회 회원으로 명절 때 가족들과 같이 식사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에는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으면서 고대 동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맺은 친분은 2024년까지도 이어졌다. 천 회장이 지난 2024년 5월 17일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자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문해 축사를 했다.

천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 회장 당시 천 회장이 개인적인 궂은 일을 처리해주면서 각별한 사이로 발전됐고 지금의 세중그룹이 성장하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됐다. 2017년 호텔신라가 법인 전문 여행사 에스티비엠을 설립하기 전까지 삼성그룹의 여행 물량은 세중이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삼성그룹향 마이크로소프트 물량, 삼성중공업의 강재 물류 사업도 세중이 담당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권유로 1981년부터 대한 레슬링협회에 몸담기 시작한 천 회장은 레슬링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1997년 대한레슬링협회 25대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2004년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기도 했다.

천 회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의 관계도 돈독했다. 천 회장은 1974년 제철화학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제철장학회(현 포스코청암재단)에 회사 지분의 35%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 일로 박태준 명예회장이 눈여겨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85년 포스텍 설립을 위한 부지 6만3000평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천 회장은 석조 문화재 수집으로 문화재 보존에 기여해 왔다. 자신이 모은 전통 석물 2천여 점으로 2000년 경기도 용인시에 세중옛돌박물관을 열었다. 세중옛돌박물관은 2015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자리를 옮겨와 우리옛돌박물관으로 재개장했다.

이와 관련해 천 회장이 1978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골동품상 주인과 일본인이 옛 석조물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을 보고 그곳에 있던 석조물 27점을 모두 사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천 회장은 일본으로 밀반출됐던 국보급 석조문화재 80여 점을 자비로 환수해 오기도 했다.

다양한 기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교와 박물관, 사회봉사단체, 청소년교육단체 등에 기부를 이어 왔다. 

천 회장은 한국주철관 부사장 딸이던 부인 전경자씨(1949년생)와 사이에 딸 천미전씨(1973년생), 세중 사장 천세전씨(1974년생), 세중 부사장 천호전씨(1979년생) 등 2남 1녀를 두고 있다. 

천세전 사장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2003년 세중에 입사해 2011년 7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장녀인 최경아씨와 결혼했다. 최창근 회장의 차녀인 최강민씨는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방성훈 스포츠조선 대표이사(부사장)의 부인이다. 최 회장의 외아들인 최민석 이사는 2015년 3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딸인 김지수씨와 결혼했다. 

천호전 부사장은 2022년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박제준 박이킹그룹 대표와 사교모임 '노빠꾸'를 운영하고 있다. 전 코리아나호텔 회장인 방용훈 회장의 차녀인 방지윤씨와 결혼했다. 

천미전씨는 현재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우리옛돌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