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한다더니”…준법감시 내부 직원 허용 논란

여당·정부 “형식적 개혁 아닌 실질적 감시체계 필요” ‘개혁’ 내세웠지만…감시자 독립성 논란 특별감사에서도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 정부·여당 “외부 감시 확대 필요” “소규모 농협은 공동 감시체계 검토해야” “농협 개혁, 제도보다 실행이 관건”

2026-03-12     한순구 기자
고개숙이는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정부와 여당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비리를 감시할 준법감시인에 내부 직원을 일부 허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형식적인 제도 개선으로는 농협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감시체계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혁’ 내세웠지만…감시자 독립성 논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당정 협의를 통해 농협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중앙회 준법감시인 외부 전문가 의무 임명, 감독권 강화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시기 시행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지역 농협 준법감시인을 내부 직원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함께 들어갔다. 준법감시인은 조직의 법령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항을 조사해 감사기구에 보고하는 핵심 내부통제 장치다.

업계에서는 감시 대상이 되는 조직 내부 인력이 감시 역할까지 맡게 되면 실질적인 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감사에서도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

이번 개혁 논의는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가 계기가 됐다. 감사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관련 횡령 의혹 등 다수의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가 적발됐고, 수사 의뢰와 제도 개선 권고가 대거 제시됐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는 준법감시 조직과 감사기구가 내부 인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핵심 간부의 비리나 특혜성 거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중앙회 준법감시인을 외부 전문가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농협에는 내부 인사 선임을 허용하면서 “개혁 취지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 “외부 감시 확대 필요”

정부와 여당에서는 농협 개혁의 핵심이 감시기구의 독립성 확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 농협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내부 감시 구조를 유지할 경우 결국 기존의 ‘셀프 감시’ 체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농협의 내부통제 문제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구조적인 문제”라며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규모 농협은 공동 감시체계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외부 준법감시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여러 지역 농협이 공동으로 외부 준법감시인을 두거나, 중앙회 차원의 광역 준법감시 조직을 만들어 소규모 조합을 함께 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감시 기능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중앙회 산하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지역 농협에 대한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농협 개혁, 제도보다 실행이 관건”

정부는 농협의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제도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전국에 900개가 넘는 지역 조직이 있는 만큼 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독립적인 감시 구조가 필수”라며 “개혁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감시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농협 개혁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농협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