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166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지주사 자본정책 변화 신호탄
이달 31일 524만주 소각 예정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늘어난 자사주 일부 정리 주주가치 제고·제도 변화 맞물린 자본정책 재정비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롯데지주가 약 16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누적돼 온 자사주 일부를 정리하는 조치로, 최근 기업가치 제고 흐름과 맞물린 자본정책 변화로 해석된다.
롯데지주는 최근 공시를 통해 보통주 자기주식 가운데 524만5461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보유한 자기주식의 약 5% 수준이다. 소각 예정 금액은 지난 6일 종가 기준 약 1663억원이며, 소각 예정일은 오는 31일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발행주식 총수는 감소하지만 자본금에는 변동이 없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일반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평가된다.
롯데지주가 앞서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 배경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일반지주회사로 출범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주요 계열사와 분할·합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주식 비중이 크게 늘어왔고, 현재 약 27.5%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자사주 5%를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는 보유 자사주 약 15%를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일부는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계획 가운데 ‘소각’ 방안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자사주 정책 변화도 이번 결정과 맞물린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회는 올해 초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 기업들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거나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고 주주환원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지주사들은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아 제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지주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는 롯데지주를 비롯해 SK그룹 등이 꼽힌다. 지주사 전환이나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가 상당한 규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단순 보유 전략에서 벗어나 매각이나 소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정리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지주의 결정이 단순한 일회성 조치라기보다 지주사의 자본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지주사 체제에서 누적된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고 정리할지에 따라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 감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라며 “최근 제도 변화와 맞물리면서 지주사들의 자사주 처리 전략이 더욱 중요한 경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