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B 각축전] 베시가 쏘아올린 '하이브리드 본딩'…HBM 패키징 판도 흔든다
HBM4 적용 분수령, 삼성·SK하이닉스 기술 검토 베시 선두 속 글로벌 장비사 개발 경쟁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HCB)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관련 장비 시장에서 선두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베시가 주요 메모리 업체의 기술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적층 방식의 변화 여부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처드 블리크먼 베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HBM 적층 공정에서의 하이브리드 본딩 채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는 HBM 적층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채택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언급하며, 올해 2분기 초에는 HBM4에서 해당 기술이 어느 정도 적용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메모리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2분기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에 대한 퀄 테스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서로 다른 칩이나 웨이퍼를 범프 같은 연결 재료 없이 직접 접합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칩 간 간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확산으로 HBM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공정 난도가 높다는 점은 상용화의 변수로 꼽힌다. 현재 HBM 패키징에는 열압착(TC) 본딩이나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방식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방식보다 공정 제어가 까다로운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 내 차세대 HBM 생산 라인에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비 계열사인 세메스가 관련 장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BM4E 이후 세대 적용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로 보고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해 세미콘코리아 기조연설에서 “HBM 12단과 16단에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열압착 방식 대비 열 저항을 20% 이상, 베이스다이 온도를 11%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베시가 선두로 평가되지만 경쟁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세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베시와 협력해 전공정과 후공정 기술을 결합한 ‘키넥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장비 기업 에이에스엠피티(ASMPT) 역시 관련 장비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LG전자,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이 기술 확보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수율과 공정 안정성이 검증된 TC 본딩 장비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HBM 적층이 16단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도입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HBM 성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세대 패키징 기술 경쟁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적층이 계속 높아지면서 기존 패키징 방식만으로는 성능과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본딩 같은 차세대 접합 기술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율과 공정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실제 양산 적용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