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 1분기 넘어가나...경쟁사와 격차 확대 우려

삼성·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 사업 예상보다 늦어져 신한·하나증권, 경쟁사의 경우 발행어음 확대 속도

2026-03-09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내 인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금융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통제와 제재 이슈가 맞물리며 인가 시점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두 회사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기반으로 기업금융(IB) 경쟁력을 키운 증권사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절차는 해를 넘겨 3월 현재까지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제재 심의와 대주주 적격성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1분기 내 인가는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이르면 2분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초대형 IB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힌다. 조달 비용이 낮아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비상장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이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IB 수익성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지는 배경으로도 발행어음 부재가 꼽힌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8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증권사지만 발행어음 시장 진입에는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박종문 대표 체제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했지만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면서 인가 심사 문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제재 이슈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 거점 점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투자성향 확인서 허위 기재, 증빙서류 미비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적발했다.

지난달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점포 영업정지를 포함한 기관 제재와 임직원에 대한 인적 제재가 함께 의결됐지만 제재 수위는 당초 원안보다 일부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통제 관련 사안인 만큼 박종문 대표 역시 원안에서는 중징계 대상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경징계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증권선물위원회 최종 의결 이후 일정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발행어음 인가 지연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발행어음 인가가 늦어지면서 신사업 확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경우 현장실사를 마친 만큼 이달 중 인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화전기 관련 이슈에 따른 평판 리스크가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 의혹은 메리츠증권이 2021년 10월 약 1700억원 규모의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가 2023년 5월 이화그룹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물량을 모두 매도해 약 9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재심이 발행어음인가에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면서 "향후 증선위 안건에 상정되어야 알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행어음 후발 주자인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공격적인 금리 마케팅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이후 발행 규모를 확대하며 수신 기반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실제 하나증권은 올해 1월 약 3000억원 규모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해 일주일 만에 완판시키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 2월 ‘하나 THE 발행어음’ 약정형 2차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신규 고객 유입 확대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그룹 차원의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와 연계해 모험자본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벤처·혁신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를 진행하고 인공지능(AI)·바이오·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전략 산업 투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올해 2월 ‘신한Premier 발행어음’ 특판 상품 500억원을 출시해 약 하루 반 만에 전량 판매하며 빠른 자금 흡수력을 입증했다. 이어 지난 3일 ‘신한Premier 발행어음’ 두 번째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Premier 발행어음’은 신한투자증권이 직접 발행하는 1년 이내 만기의 어음으로 약정한 수익률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금융그룹이 ‘K-성장, K-금융’ 기치 아래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추진단’의 일원으로 모험자본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CIB총괄 사장 직속으로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인 ‘IB종합금융부’를 신설했으며 발행어음 출시 첫해부터 조달 자금의 약 35%를 모험자본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은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여신과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며 전통적인 수익원인 수수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이자 수익 비중을 높이는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큰 사업”이라며 “이미 주요 증권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진입이 늦어질수록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징계 절차와 인가 심사를 연계해 보는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두 회사가 올해 안에 인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초대형 IB 경쟁 구도는 ‘5강 2약’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