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린 하림, 속사정은 ‘현금 확보’…더미식 적자·양재 개발 부담·2세 경영 논란까지
상장사 배당 급증…지주사 현금 유입 구조 ‘더미식’ 부진…하림산업 적자 확대 양재 물류단지 7조 프로젝트…자금 부담 확대 2세 경영 실험…신사업 성과는 ‘미지수’ 장남 지배력 논란…‘올품’ 승계 구조 실적 개선인가 구조적 위기인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하림그룹 주요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일제히 배당을 확대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 개선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라는 설명이지만, 그룹 내부 상황을 종합하면 단순한 ‘성과 공유’ 이상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 서울 양재동 초대형 개발사업의 자금 부담, 총수 일가 2세 경영 및 승계 논란까지 겹치며 하림그룹의 재무 구조와 경영 전략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상장사 배당 급증…지주사로 현금 유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2025년도 결산 현금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4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배당 재개다.
해운 계열사 팬오션은 보통주 1주당 15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해 전년(50원) 대비 세 배로 늘렸다. 사료 계열사 선진 역시 주당 200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확대했다.
기업들은 배당 확대의 배경으로 실적 개선을 들고 있다. 실제로 하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7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팬오션과 선진도 각각 3000억원대, 12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배당 확대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라는 점에 주목한다. 하림지주는 하림(58.89%), 팬오션(54.92%), 선진(50.08%) 등 주요 상장사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계열사 배당이 늘어날수록 지주사로 유입되는 현금도 증가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배당 확대는 지주사의 유동성 확보 효과가 있다”며 “최근 지주사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한 주주환원 정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미식’ 부진…하림산업 적자 확대
지주사의 현금 수요가 커진 배경에는 완전자회사 하림산업의 재무 악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산업은 하림그룹의 핵심 신사업인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과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1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466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1690억원에 달했다.
특히 ‘더미식’ 사업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더미식의 대표 제품인 ‘장인라면’은 봉당 2200원 수준의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판매량은 약 2000만 봉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쟁사 제품은 출시 몇 달 만에 비슷한 판매 규모를 달성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와 초기 흡입력이 중요한데 장인라면은 결정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미식 사업 확장을 위해 광고와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광고모델 기용과 대형 유통 채널 진출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과 물류비가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양재 물류단지 7조 프로젝트…자금 부담 확대
하림산업은 동시에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 투자 규모가 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림그룹이 2016년 약 4500억원에 부지를 매입한 뒤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서울시와의 행정 절차와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다.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하림지주는 최근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500억원을 투입했고, 계열 금융사를 통해 추가 자금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금성 자산은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세 경영 실험…신사업 성과는 ‘미지수’
하림그룹의 신사업 상당수는 오너 2세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의 장녀인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는 더미식과 하림펫푸드 사업을 총괄하며 종합식품기업 전환 전략을 이끌고 있다. 더미식 브랜드 론칭 역시 김 상무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차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은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담당하고 있다. 하림은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생산과 물류를 연결하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며 신선식품 직배송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유사한 플랫폼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육각 등 기존 플랫폼과 비교해도 구조적으로 크게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 규모 대비 수익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남 지배력 논란…‘올품’ 승계 구조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이 총수 일가 회사인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며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김 씨는 올품을 통해 하림지주 지분 24% 이상을 확보하며 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공정위는 하림 계열사들이 고가 거래와 통행세 방식 등을 통해 올품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총수 2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적 개선인가 구조적 위기인가
하림그룹은 상장 계열사들의 배당 확대가 실적 개선에 따른 정상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사업 부진, 대형 개발 사업 부담, 승계 논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적 사이클 이상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을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재 물류단지 개발과 식품 신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주사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최근 계열사 배당 확대는 장기적 주주환원 정책이라기보다 단기적인 현금 관리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