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현장 리포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1만 호 공급’ 논란 속 실제 현장은?…“시장은 아직 꿈쩍 안 해”
- 학부모들, 8000호 더 지으면 현재 11반짜리 학교에 애들 어떻게 보내나 걱정 - 양도세 중과 폐지에도 급매 ‘제로’, 캠프킴 토지정화는 최소 5~6년 더 걸릴 것으로 예상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1만호 공급 논란’ 토론회를 취재하고 나와 바로 용산으로 향했다. 용산 일대의 부동산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여러 공인중개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인중개사 A씨에게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거비율을 크게 늘려 기존 계획이었던 6천호에서 4천호를 더해 1만 호를 넣는다는데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정부의 5월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에 따라 시장에 변화가 있는지도 물어봤다.
A씨는 "현장은 조용합니다. 매물이 나오긴 나오는데 급매도 전혀 없어요. 호가는 그대로예요"라며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 때도 ‘이제 팔까?’ 하는 분들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나온 물건은 거의 없었어요.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용산은 시장이 아직 탄탄하다는 거죠”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B씨 역시 하락폭은 미미하다며 "1~2% 정도 떨어진 정도? ‘1만 호 되면 떨어지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있는데, 그럼에도 공포감에 매물을 내놓는다거나 해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어요”라고 했다.
용산 주민이며 두 자녀를 둔 B씨가 가장 걱정하는 건 학교와 교통 문제였다. 앞서 다녀왔던 국회 토론회에서 학부모 대표가 “신용산초 1학년이 이미 11반인데, 1만 호가 더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이 현장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B씨는 “이촌2동 주민들 반은 ‘개발되면 집값 오르겠네’ 하고 있지만, 반은 ‘학교 자리도 없는데 무슨 개발이냐’예요. 저도 애 둘 키우는 사람인데, 남정초·신용산초·한강초 다 버스 15~40분 걸려요. 지금도 등하교 버스 타는 애들이 많은데, 1만 호 더 들어오면… 솔직히 무섭죠.”
캠프킴 부지 이야기를 꺼냈을 때 A씨와 B씨 두 사람의 반응은 거의 똑같았다. 캠프킴 부지(용산 남영동, 약 4.8만㎡)는 2020년 12월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이후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가 핵심 과제였다. 한국환경공단과 국방부(미군기지이전사업단)가 진행한 정밀조사 결과, 부지 97%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토지정화 작업 시작한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속도가 안 나와요. 주유소 하나 정화하는 데도 1~2년 걸리던데, 미군 부지 규모면 최소 5~6년은 더 버텨야 해요. 그때까지 빈 땅 그대로예요.”
B씨도 비슷하게 말했다. “재개된다고 해도 오염이 워낙 심각해서, 다이옥신·중금속 다 섞여 있잖아요. 정부가 올해 안에 끝낸다고 해도 실제로는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가 돼야 끝날 거 같아요. 개발? 그건 더 늦어지죠.”
다수의 환경전문가들은 "정부 목표는 2026년 8월 완료지만, 추가 오염 검출과 강수 영향으로 지연 가능성이 크다"라며 "정화작업은 2028~2030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지연은 개발 일정에 직격탄이다. 정부의 1·29 주택공급 대책(2026년 1월 발표)에서 캠프킴은 기존 1400호에서 녹지 기준 합리화(인당 3㎡ → 세대당 3㎡)로 2500호까지 확대됐지만, 착공 목표는 2029년으로 잡혔다. 정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사업계획 수립·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A씨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빈 땅으로 5~6년 더 버텨야할지도 몰라요. 그때쯤 되면 용산 전체 개발 분위기도 바뀔 텐데,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사실 2007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제업무단지’로 시작해 19년째 표류 중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용산공원+국제업무지구로 재편됐고,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 코레일·SH 공동사업으로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경제 침체·정치적 갈등으로 착공은 또 다시 미뤄졌다.
이제 또 1만 호 논란과 캠프킴 정화 지연이 겹치면서, 용산은 ‘미래의 중심’이라는 이름 아래서 기약없는 기다림의 장소가 되고 있다. 용산 지역 주민들 역시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쯤 개발이 이뤄져서 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될까?'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