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증권 합병 10년]성장 뒤 그늘…'에셋'만 남고 '사람'은 사라졌다
미래에셋증권 노조 "합병 10년, 노동자 아닌 주주 이익만 챙겨" 자본 2배 성장할 때 지점 65%·인력 28% 감소…노조 '생산성의 역설' 비판
[녹색경제신문 = 최성남 기자] 2016년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바꾼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메가 합병 이후 10년이 흘렀다. 외형적으로는 자기자본 13조원 시대를 열며 독보적인 1위 증권사로 우뚝 섰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기형적인 인력 구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에셋증권 노동조합은 합병 10년을 맞아 “회사의 성장이 오로지 주주와 자본의 이익으로만 귀속됐으며,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불안과 노동 강도 강화만이 배분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본 2배 성장하는 동안 직원 3분의 1 사라져…생산성의 역설
6일 미래에셋증권 노동조합에 따르면 합병 초기인 2016년 12월 6조7000억원 수준이던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2025년 9월 기준 12조9000억원으로 약 95%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연평균 22.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체 임직원 수는 4818명에서 3446명으로 1372명(28%)이 감소했으며, 특히 정규직은 33%나 줄어 들었다. 노동조합이 지적하는 지점은 ‘생산성의 역설’이다. 사측은 디지털 전환(DT)과 효율화를 명분으로 국내 지점을 168개에서 59개로 65%나 축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수치상 인당 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진정한 효율 경영의 결과가 아니라, 인력과 점포가 급감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낸 결과"라며 "전국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면담을 진행한 결과 현장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고객 민원은 역대 최대치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주환원엔 ‘진심’, 직원 보상엔 ‘인색’…성과 배분 불균형
노조는 증가한 회사의 부가 분배되는 방식에서도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와 자본에만 귀속됐을 뿐, 정작 수익 창출의 주체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
노조 측은 현재 유명무실한 ‘특정 수준 ROE(자기자본이익률) 달성 시 경영성과급 지급’이라는 노사 합의 조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들이 실질적인 성과 배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원 86% 폭증의 비밀… ‘무늬만 임원’ 늘려 노조 약화시키나
인력 구조의 기형적인 변화도 노사 갈등 요소의 핵심으로 꼽힌다. 일반 직원이 30% 가까이 줄어드는 동안, 임원 수는 201명에서 373명으로 86% 가량 급증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이사대우’라는 소위 ‘무늬만 임원’을 양산한 결과로 보고 있다. 2026년 1월 기준 PB 임원을 제외한 전체 임원 중 이사대우는 181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조는 무늬만 임원이 늘어난 점이 조합원 감소와 연결돼 있다고 비판한다. 기존의 팀장이나 직원이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관리자급으로 분류돼 노동조합을 탈퇴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합병초기 3100명을 넘어섰던 조합원 수는 현재 21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노조는 사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부당노동행위도 성토했다. 노조 선거 개입, 상근임원의 출입 통제, 인사이동 및 조직 변경 통지 의무 위반 등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2025년말 이후 노사 관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실무 교섭에서의 진정성 있는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란 전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민 노조위원장은 "합병 10년의 성과는 노동자의 희생 위에 쌓아 올린 자본의 성(城)이라며, 이제라도 사측이 노동 가치를 인정하고 투명한 경영과 정당한 성과 배분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된 현재의 경영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글로벌 리딩 증권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노사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