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보틱스 톺아보기] 껍데기 뿐인 로보틱스 사업... 2018년 바이오 사업 실패 '기시감'①
로보틱스 간판 달았지만… 기술·자금·사업 실체 모두 ‘아리송’ 7년 전 바이오 사업 실패와 닮은꼴… 테마형 신사업 애드벌룬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섹터 훈풍을 타고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아이로보틱스의 로보틱스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자체 원천기술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여파로 유상증자까지 무산되며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자금 조달이 막힌 탓이다.
현재 회사가 로보틱스 사업과 연결되는 고리는 김데이비드형(김형모) 대표이사가 관련 기업 CTO 출신이라는 점과, 2대 주주인 케이휴머스의 관계사가 해성에어로보틱스 최대주주라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추진해온 현 경영진이 언제 이사회에서 밀려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5일 기준 아이로보틱스 주가는 2335원으로 52주 최저가(490원) 대비 약 5배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3890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급등 배경으로는 로보틱스 테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로보틱스의 기존 사명은 와이오엠으로, 비닐봉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엔틸렌(PE)와 공업용 특수필름을 제조하는 회사다. 해당 사업은 현재도 회사 매출의 99%를 차지하며 사실상 회사의 본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제조원가 상승 및 판매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에 압박이 오자, 회사는 신사업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아이로보틱스 매출은 364억 2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억 1900만원으로 전년대비 -87% 역성장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당시 최대주주였던 염현규 전 대표 외 5인이 가진 지분 5.1%를 케이휴머스에 넘기고, 같은 시기에 에스비비테크 CTO출신의 김데이비드형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로봇사업에 발을 디뎠다. 이때 와이오엠의 사명을 아이로보틱스로 변경하는 사명이 통과됐다. 케이휴머스는 전략적 투자법인(SI)로, 관계사인 칸에스티엔을 통해 해성에어로보틱스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진출했다.
인수·합병과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로보틱스 사업과의 연결고리는 만들었지만, 회사가 보유한 자체 원천기술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회사 홈페이지 역시 전면적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강조하는 구조로 개편됐지만, 정작 세부 사업 내용이나 기술 설명은 공란으로 남아있다.
당초 회사는 약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로보틱스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해당 유상증자가 무산됐고,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투자금 확보 역시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로보틱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R&D 자금이 필수적이지만, 재원 조달 경로가 막히면서 사업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주주 간 이해관계도 엇갈리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로보틱스 사업 추진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로보틱스 대신 가상화폐 관련 금융사업 등의 신사업을 발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의 지분율은 약 10%로 현재 최대주주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신사업 방향을 둘러싼 주주 간 입장 차까지 겹치면서, 아이로보틱스의 로보틱스 사업 전략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구도에 따라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과거 바이오 사업과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사업 정체 이후 화려한 신사업을 선언하고, 주가가 폭등했다가 실체 논란 속에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2018년 바이오 사업에서 이미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아이로보틱스의 전신인 와이오엠은 2018년 5월 전후 바이오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당시 회사는 ‘항노화(안티에이징) 신약 개발’을 기치로 내걸었고,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티에이징 전문가로 알려진 김태국 박사를 각자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후 신약연구소 설립까지 발표하며 '국내 유일의 안티에이징 신약 개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했다.
비전 역시 과감했다. 회사는 '노화는 질병'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며, 노화 세포를 제거해 항암제 부작용을 억제하거나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임상 2상 조기 진입’ 등 공격적인 로드맵도 거론됐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신사업 발표 직후 와이오엠 주가가 5개월 만에 약 1300% 이상 폭등하며 광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미공개 정보 이용·주가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고,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테마주’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후 명확한 종료 선언은 없었지만 2020년 전후로 바이오 사업 관련 성과 공시가 사라지며 사실상 업계에서 사라졌다. 연구 성과 부재와 인력 이탈, 경영진 변화가 겹치며 점진적으로 소멸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는 평가다.
이번 로보틱스 사업도 바이오 사업처럼 단기간의 주가 상승과 경영권 확보를 목표에 둔 ‘테마형 신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보틱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보틱스 사업이 급격히 관심을 받으며 아무런 기술적 기반없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있다. 관련 테마주로 구분하기 위해선 원천 기술력이 있는지, 관련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이로보틱스 측에 신사업 추진과 유상증자 재추진 등을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는 답변 외 적절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