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담합 논란…제분협회 이사 전원 사임 “국민께 사과”

한국제분협회 정기총회 열고 책임 통감…제분사 대표 전원 이사회 사퇴 공정위, 7개 제분사 가격·물량 담합 의혹 심의 진행 담합 인정 시 최대 1조2000억원 과징금 가능성

2026-03-05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한국제분협회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협회 이사회가 전원 사임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제분협회가

한국제분협회는 5일 정기총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밀가루 가격 담합 논란과 관련해 “국민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협회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회원 제분사 대표들이 맡고 있던 협회 이사회 직에서 전원 물러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향후 식량안보와 식품 안전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고, 업계 전반의 윤리경영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제분협회에는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CJ제일제당,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제분사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판매 가격을 조정하고 판매 물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담합했는지 여부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판단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최대 1조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국내 제분업계가 약 20년 만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심판대에 오른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제분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등으로 가격 조정이 잦은 구조인 만큼, 공정위 판단이 향후 업계 가격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제분사들이 밀가루 가격을 잇따라 인하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 조사와 여론 부담이 가격 정책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밀가루는 제빵·제과·외식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핵심 원재료인 만큼 가격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 판단 이후 업계 전반의 가격 결정 구조나 협회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은 라면, 빵, 면류 등 다양한 식품 가격과 연결돼 있어 시장 파급력이 크다”며 “이번 사안이 향후 식품업계의 원가 반영 방식이나 가격 인상 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