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운임 수혜 기대감...수익성 개선 마중물 되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에 따른 해상 물류 차질 및 위험 프리미엄 반영 초대형 원유운반선·컨테이너선 운임 폭등하며 주요 해운사 수혜 기대 유가 상승 및 장기 계약 비중 등 실질 수익성 변동 가능성 상존

2026-03-05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운임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해상 물류의 '위험 프리미엄'이 운임에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쟁 양상이 길어질수록 해운사들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30% 이상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입 원유의 95%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해운사 입장에서는 운항 차질에 따른 운임 인상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당시에도 우회 항로 이용과 보험료 인상 등을 이유로 운임이 크게 올라 해운사 실적이 개선된 바 있다.

실제 시장 지표는 이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전주 대비 40% 이상 폭등하며 20만달러선에 육박했다. 건화물 운임지수인 BDI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일부 VLCC 스팟 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400% 가까이 치솟으며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단기적인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이번 사태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는 HMM과 팬오션이 지목된다. HMM은 글로벌 선사들의 수에즈 운항 취소에 따른 컨테이너선 운임 반등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다. 팬오션의 경우 최근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을 인수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선박 인도가 시작되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매출 극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선대 확충이 시황 상승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이번 사태를 수익성 강화의 분기점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최근 열린 산업전 현장에서 이번 중동 위기가 해운업계에 '턴어라운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서도 자사가 보유한 11척의 VLCC와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해운 부문의 역량을 강조하며, 시장의 저평가된 시선을 불식시키고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단기전에 그칠 경우 해운사들이 누릴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특히 국내 해운사 선박 상당수가 시황 변화에 둔감한 장기 계약(COA)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실제 매출에 반영되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지정학적 위기가 가져올 비용 상승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운임 상승분만큼이나 유가 급등과 선박 보험료 인상 등 제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인 수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유가와 보험료 등 제반 비용 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