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갈등' 봉합한 기업은행, 임금·지배구조 새 틀 마련 나선다
- 출근 저지 끝낸 노사 합의…시중은행 수준 임금·주 4.5일제·노조 추천 이사제 담긴 선언문 합의 - 이익배분제·평가·인사 제도 개선·정원 통합으로 보상 체계 손질 - 기타공공기관·총액인건비제 틀 속 정부 협의 과제…노조 추천 이사제·경영 자율성 논의 향방 주목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IBK기업은행 노사가 시간 외 근로에 따른 미사용 보상휴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정리하고 시중은행 수준 임금 확보, 노조 추천 이사제 추진, 주 4.5일제 검토, 평가·인사 제도 개선, 정원 통합 완수 노력 등을 한데 묶은 노사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로써 출근 저지로 이어졌던 대치 국면을 매듭짓고 임금·지배구조 논의를 다음 단계로 넘길 발판을 마련했다.
4일 금융권과 기업은행에 따르면 장민영 행장과 류장희 노조위원장은 최근 시중은행 수준 임금 확보, 노조 추천 이사제 추진, 주 4.5일제 도입 검토, 공정·합리적 평가 제도 개선 등을 노사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또한 성과 중심 승진 및 교육 기회 확대와 정원 통합 완수 노력, 경영 자율성 확보 노력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초부터 미지급 시간 외 수당 지급 등을 이유로 장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후 지난달 13일 노사는 2025년 임금 교섭안과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한 시간 외 수당 830억원 수준의 정산, 노사 공동 선언문 채택 등에 합의하면서 노사 갈등 국면을 일단락했다.
재작년 기준 기업은행 직원의 평균 보수액은 약 8900만원으로, 약 1억2000만원인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보다 낮다. 노사 공동 선언문에는 시중은행 수준 임금 확보를 목표로 이익배분제 도입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경영 성과를 임직원과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은행과 완전 경쟁하는 기업은행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시중은행 수준 임금 확보 및 이익배분제 도입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며 "선언문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후속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총액인건비제(인건비 총량을 정부가 관리하는 제도) 적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한 시간 외 수당 정산의 구체적인 재원·지급 시기와 시중은행 수준 임금 확보를 위한 보상 체계 개편, 이익배분제 도입 등 선언문에 담긴 과제는 향후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정·추진되는 구조다.
이와 같은 구조적 제약을 두고 노조는 시중은행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장사이자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고려할 때, 경영 자율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선언문에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추진과 "시장에서 완전 경쟁하는 기업은행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경영 자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별도의 임원추천위원회 없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여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선 금융위 등 유관 기관과의 협의와 제도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주 4.5일제 도입 검토는 지난해 9월 금융산업노조 총파업 과정에서 제기된 근로시간 단축 요구와 맞물려 있으며, 이후 협상 과정에서 근무 시간을 주당 1시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 만큼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도 업무량 조정과 생산성 관리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액인건비제 적용 예외와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정부와의 제도 개선 협의를 통해 조정되는 사안인 만큼, 기업은행의 임금·보상 구조 개편과 노조 추천 이사제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과제도 향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정리될 수 있다.
한 정책기관 관계자는 "기업은행 노사 공동 선언은 총액인건비제와 공공기관 규제를 함께 적용받는 정책금융기관의 여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같은 제도적 틀 안에 있는 다른 정책금융기관들의 임금·지배구조 논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