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기 중소기업·노동계 생존 고심... 정부 청사진 속 현장 해법은 "모호"
법무부 "2030 이민정책" 발표… 외국인력 공급 및 AI 생체정보 활용 입국 차단 예고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정부의 범국가적 인공지능(AI) 대전환 기조 속에서 산업 현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AI 전환 비용과 저임금 외국인력 의존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으며, 노동계는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이를 조율해야 할 국가 컨트롤타워의 행보는 거시적 청사진 제시에 머물러 있어 현장의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생산 현장 덮친 AI 비용 부담... 법무부는 외국인력 공급 확대 및 AI 국경 통제 예고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의 AI 전환 상황을 산업 특성에 따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은 업무 툴로서 생성형 AI를 굉장히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설비 교체가 수반되는 전통 제조업에 대해서는 "단순 부품 조립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용 경쟁력이 비교적 높지 않은 부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센서와 기계를 바꿀 경제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장 전면 자동화 대신 저비용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조 원장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생산 기반을 없애기보다, 저비용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공급망 유지를 위해 존치하는 것이 국가 전체 차원에서 바람직한 면이 있다"며 기업 규모와 생산 구조에 맞춘 차별화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현실적인 요구와 맞물려 정부도 외국인력 공급 확대에 나섰다. 법무부는 3일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발표하며 제조업과 소상공인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국내 전문대학에서 중간기술 수준의 외국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육성형 전문기술인력 비자(E-7-M)를 신설하여 지역 제조업의 인력난이 해소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의 소상공인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지역활력 소상공인 특례제를 시범 도입하고, 외국인 임금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임금 하한선을 설정할 계획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민정책이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각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국경 관리와 관련해 "AI와 생체정보를 활용하여 고위험 외국인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류하여 입국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본지는 해당 발표와 관련해 생체정보 기반 AI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 및 데이터 편향성 통제 장치 마련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법무부에 발송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 일자리 대체 위기감 고조... 금속노조 "AI 도입 시 노사 사전 합의 필수"
산업 현장의 부분적인 디지털 전환과 다가올 AI 도입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감으로 직결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2026년 2월호에 수록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 노동자의 17.1%와 월급 300만 원 미만 노동자의 31.2%가 1~2년 이내에 AI로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고용 불안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노동계는 본격적인 방어에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3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인공지능 도입 시 노동인권 및 고용 보호" 조항을 올해 사업장 교섭 필수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금속노조는 회사가 작업 공정과 인사 관리에 AI를 도입할 경우 노동조합에 사전 통보하고,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 평가해 합의하에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AI가 산업 현장에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 신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가인 조 원장 역시 "AI 도입은 기존 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며 "생산 라인 점검 업무가 줄었다면 해당 인력을 물류 관리 등으로 돌리는 직무 전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기업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노동계의 문제의식에 일부 공감했다.
◇ 위원회는 "생산성 향상" 거시 전략만... 얽힌 현장 갈등 풀 통합 컨트롤타워 부재
이처럼 현장에서는 AI 도입 비용 문제, 일자리 대체 우려, 외국인력 수급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실질적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응은 현장의 체감 속도와 다소 거리가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위원회는 현재 AI를 통한 업무 생산성 개선과 거시적인 인프라 구축 방향을 설정하는 데 논의의 무게를 두고 있다. 다수의 위원이 공공기관, 민간기업이나 학계 등에 본업을 둔 비상근 형태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 미시적인 갈등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 산업적 AI 도입으로 촉발되는 대규모 일자리 재편이나 부처 간 정책 엇박자 등 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조율은 아직 논의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오르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AI 혁신이라는 방향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노동권 보호와 산업 이중 구조화 등 기술 전환기에 쏟아지는 민감한 현안들을 책임지고 정리할 주체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