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자기자본 넘었다…업계 4위 수준
메리츠증권 자본 8조 돌파…삼성 제치고 업계 4위 자기자본 늘수록 NCR 개선…조달 금리 경쟁력 확보 나신평 평가 기준 개편…‘자본축적 안정성’ 변수 부상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메리츠증권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이른바 '빅3' 다음으로 많은 자본을 축적하며 삼성증권을 제치고 업계 자기자본 4위에 올라섰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앞두고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기반을 강화해 전반적인 영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2024년 말 6조9042억원에서 2025년 말 기준 8조1654억원으로 1조261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3242억원에서 8조681억원으로 743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미래에셋증권(13조4782억원), 한국투자증권(11조2006억원), NH투자증권(9조4381억원)에 이어 업계 자기자본 4위에 올라섰다.
증권사 간 자본 경쟁은 최근 들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를 중심으로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대형 투자은행(IB) 사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자본 규모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투자 여력이 커지고 조달 기반도 확대되는 만큼 증권사들이 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체급을 빠르게 키워왔다. 올해 들어서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97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이라며 "더욱 우호적 영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본 확대가 단순한 규모 경쟁을 넘어 증권사 비즈니스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순자본비율(NCR)이 개선되는데, 이는 신용평가와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NCR이 개선되고 신용평가사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그만큼 증권사의 영업 환경이 유리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업은 기본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달 금리가 낮아질수록 사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용평가 체계 변화도 증권사들의 자본 경쟁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NICE신용평가가 최근 증권업 신용평가 방법론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자본 정책이 본격적인 평가 대상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지난달 27일 '증권업 평가 방법론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달 27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또는 이에 준하는 회사를 '대형 IB'로 분류해 일반 증권사와 구분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대형 IB로 분류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KB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10곳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자본축적의 안정성' 항목이 새롭게 도입됐다. 최근 5년간 순이익 변동성을 바탕으로 증권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쌓아왔는지를 평가하는 구조다. 단순한 자본 규모뿐 아니라 유상증자, 배당 정책, 자사주 매입 등 자본 정책 전반을 함께 평가 대상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평가 기준 변화가 향후 증권사들의 자본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히 자기자본 규모만 키우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 증권사 간 체급 경쟁과 자본 정책 경쟁이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