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 정조준③] 패시브 시대 흔들린다…코스닥 액티브 ETF가 던진 신호

코스닥 ETF 두 달 새 11조 유입…정책 기대 속 자금 이동 본격화 국내 첫 코스닥 액티브 ETF 등장…중소형 운용사 전략 전환 패시브 강자 대형사 '신중', KB 등 일부는 액티브 확장 검토 지수 추종 넘어 운용 능력 경쟁으로…ETF 산업 구조 변화 신호

2026-03-04     정수진 기자
여의도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흐름이 이동하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코스닥 ETF에 1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국내 최초 코스닥 액티브 ETF 출시가 예고되면서 ETF 시장이 기존 '지수 추종 경쟁'에서 '운용 능력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11조 유입…소외됐던 코스닥에 봄바람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코스닥 관련 ETF는 총 24개로 모두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이다. 마지막 신규 코스닥 ETF가 출시된 시점은 2023년 6월로, 약 2년 9개월 동안 신규 상품이 사실상 등장하지 않을 만큼 시장 관심에서 한동안 비켜나 있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정책 환경 변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3000' 달성을 목표로 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잇따라 제시되면서 코스닥 시장 재평가 기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자금 흐름도 급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1조원에 불과했던 코스닥 ETF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3일 기준으로 1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연초 이후 'KODEX 코스닥150'(5조7191억원)과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2조6742억원)에 투자 수요가 집중됐다.

기관 투자자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부가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 반영을 검토하는 등 수급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기존 코스피 중심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비중을 추가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와 코스피 6000 돌파 이후 상대적 저평가 인식이 맞물리며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수 상승 기대가 형성되면서 액티브 전략 ETF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스닥 ETF 새 장…국내 첫 액티브 등장

자금 흐름 변화는 곧바로 상품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중소형 운용사는 이달 중 코스닥 종목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 코스닥 액티브 ETF다. 그동안 코스닥 ETF 시장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만 존재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성장주와 가치주 비중을 약 7대3 수준으로 배분해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관계자는 "바이오·반도체소부장·로봇·우주·이차전지 등 구조적 성장 산업의 주도 기업을 선별 투자할 계획"이라며 "코스닥 전체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익 성장 대비 저평가 기업이 많아 리레이팅 구간에서 알파 창출 기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택했다. 코스닥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 수익률(베타)을 확보하고, 테마 및 중소형 종목을 탄력적으로 편입해 초과수익(알파)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액티브 ETF 확대에 나선다. 'PLUS 코스닥150액티브' 등 3개 액티브 상품을 상장해 액티브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는 테마형 상품을 확보하고 고객군별로 세분화된 상품 공급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용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 구조 자체가 액티브 전략에 적합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개별 종목 변동성이 크고 업종 순환 속도가 빠른 만큼 단순 지수 추종보다 종목 선별 능력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중소형 운용사 '선공'…대형사는 신중 모드

흥미로운 점은 이번 변화의 출발점이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운용사라는 점이다.

국내 ETF 시장은 이미 코스피200·S&P500 등 핵심 패시브 상품 중심으로 대형 운용사 점유율 경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낮은 보수와 유동성 경쟁에서 후발 운용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시브 ETF 시장에서는 규모 경쟁이 이미 끝난 만큼 중소형 운용사 입장에서는 액티브 ETF가 사실상 유일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운용 역량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운용사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패시브 ETF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변동성이 큰 액티브 전략을 빠르게 확대할 유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전략 변화 조짐은 감지된다. 올해 1월 신한자산운용은 'SOL 배당성향탑픽액티브 ETF'를, KB자산운용은 'RISE 코리아전략산업액티브 ETF'를 상장하며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라인업을 재가동했다. 각각 약 3년 반, 1년 3개월 만의 신규 액티브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리서치본부 산하에 액티브 ETF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이달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 ETF’를 선보이는 등 관련 전략 검토에 나섰다. 

특히 KB자산운용은 대형사 가운데 비교적 적극적으로 코스닥 전략 확대를 검토하는 곳으로 꼽힌다. 내부적으로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주식형 ETF를 향후 핵심 성장 영역으로 보고 관련 전략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기금 평가 기준 변화 가능성 등 수급 구조 변화가 예상되면서 국내 주식형 ETF 전략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RISE 코스닥150'을 중심으로 반도체소부장·바이오·2차전지·로봇 등 성장 산업 키워드를 활용한 마케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패시브 시대 저물고…ETF 경쟁 '운용 능력'으로 이동

운용업계가 액티브 ETF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ETF 산업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이미 핵심 지수 상품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운용사 간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순 지수 추종 상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종목 간 성과 편차가 크고 테마 순환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가진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편입 종목 선택과 리밸런싱 전략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은 운용역 판단이 성과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시장"이라며 "ETF 시장이 이제 지수 복제 경쟁에서 운용 능력 경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 액티브 ETF 등장은 단순 신상품 출시가 아니라 국내 ETF 산업의 다음 성장 사이클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닥으로 이동한 자금 흐름이 ETF 투자 방식 변화로 이어지면서, 국내 ETF 시장 역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