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보안 강화' 내세운 中 로봇청소기, 국가정보법 논란은 여전히…
삼성·LG 공세에 중국 가전 공룡들 '보안 강화' 총력전 기술 강화했지만… '중국 국가정보법' 리스크는 여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성능을 강화한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자, 그간 시장을 주도해온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브랜드들이 '서비스 차별화'와 '보안 신뢰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보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버를 국내로 옮기고 국제 인증을 획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간 국내 소비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제품 해킹'에 대한 우려는 잠식되는 모습이지만, 기술적 보완만으로는 중국 본토 법령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업계 선두인 로보락은 최근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즈로부터 IoT 보안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하며 기기 자체의 해킹 방어력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시각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는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구조를 강조하며 사생활 침해 논란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드리미와 에코백스의 행보도 공격적입니다. 드리미는 지난해 12월 한국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메인 서버를 국내로 이전하며 데이터 주권 이슈에 대응했습니다. 단순한 서버 위치 변경을 넘어, 국내 이용자 정보가 한국 법률 체계 안에서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등 국내 관련 법령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 저장·처리 체계 적용 ▲국내 보안 인프라 기반 운영 ▲국내 이용자 대상 데이터 관리 투명성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코백스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보안 체계 정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펌웨어 업데이트와 앱 보안 로직을 강화해 사용자 인증 절차를 강화했고요. 주요 라인업에 대해 주요 라인업에 대해 출시일로부터 최소 3년간 보안 업데이트를 보장한다는 정책을 명문화했습니다. 제조사가 책임을 지고 해킹 통로를 막는 방패(패치)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약속이죠.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이 있죠.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보안 성능을 크게 높이고도 보안 논란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는 배경입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7조와 제14조입니다. 제7조는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 정보 활동에 협조해야 하며, 관련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제14조는 국가 정보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해 관련 기관·조직·시민에게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중국 본사를 둔 기업이 해외에서 수집한 데이터라도, 본사 차원의 접근권과 관리권이 존재한다면 정보기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입니다.
더욱이 정보 제공 사실 자체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 데이터 이전이 발생하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국 외 소비자 층의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법과 중국법이 충돌하는 '준법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중국 국가정보법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정보 수집 협조를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중국 본사가 시스템 관리 권한이나 암호키 접근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면, 서버가 한국에 있더라도 중국 정부의 법적 요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보안 전문가들이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저장되어 있느냐보다, 실질적인 통제권과 운영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예민한 문제인 만큼 관련 업체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삼가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일반 한국 가정집 정보를 수집할 이유는 없다. 해당 이슈가 정치적으로 오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면서도, 중국 본사가 정부의 정보제공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장은 확인이 어렵다"며 확답을 피했습니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올해 국내에서 1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해당 이슈를 돌파해 나갈지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